설거지 명상
설거지 명상
  • 장재을 국선도 명상지도자
  • 승인 2007.07.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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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는 아내의 가사 일을 도우면서 알게 된 아마추어의 설거지 명상법을 소개합니다.

제가 터득한 설거지 방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수도꼭지에 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물을 세게 틀면 마음이 아주 바빠집니다.

물이 많이 흐르기 때문에 손 움직임도 빨라지고 부산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바쁘기 때문에 물을 콸콸 틀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이 많다고 해서 잘 닦이는 것도 아닙니다.

또 물이 여기저기 튀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너무 적으면 잘 씻기지 않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적당한 물의 흐름을 맞추는 것이 제일 먼저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 다음 적당해진 물의 흐름에 따라 기분 좋게 그리고 여유 있게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두 번째 하는 일은 그릇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느껴주며 마음으로 교감해주는 일입니다. 요즘에는 어찌 그리 그릇들을 잘 만드는지 하나같이 다 야무지고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은 그릇을 살 때 많은 돈을 주고 삽니다. 보다 예쁘고 실용적이며 디자인도 좋은 그릇들을 꼼꼼히 살피며 삽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 번 구입하고 나면 더 이상 관심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그릇들의 아름다움에 감탄도 해주고 자신들의 쓰임새로 봉사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가져주면서 그릇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릇 뿐 아니라 물과 수세미와 행주와 음식찌꺼기까지 이 모든 존재들과 다정한 친구처럼 친근한 관계를 맺는 것 입니다.

때로는 이들이 하늘의 천사들처럼 아름다운 천상의 존재들로 느껴보면서 말이죠. 이런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다보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하는 듯, 기분 좋은 여행을 하는 듯 저절로 편안해 지고 입가에 미소도 번지기 시작합니다.

또 마술을 부리는 듯 그 많던 통속의 그릇들이 하나하나 말끔하게 변해 갑니다.

제일 마지막으로 주방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물기까지 깨끗이 닦고 나면 간단하게 모든 일이 끝이 납니다. 잠시 동안의 짧은 시간에 주방전체가 새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가지런히 포개진 그릇들, 정리된 주방의 모습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이렇게 설거지를 끝내고 나면 제일 먼저 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집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몸속의 기운이 정화되고 기운의 흐름이 조화를 찾은 덕분이지요. 수련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저처럼 수행이나 마음공부 등에 관심을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을 통해 더할 수 없이 큰 선물을 덤으로 얻습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저절로 수련이 되고 명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따로 시간을 내서 굳이 수련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일이 가장 큰 수련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그 어느 때 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은 시기입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이기 때문에 물을 아껴 써야 된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이렇게 그릇들과 친구처럼 대화하고 감사하는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주 좋은 환경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평소 쓰던 물의 절반만 가지고도 더욱 깨끗하게 설거지를 할 수 있으니 그렇습니다.

이런 방식이면 세제도 평소 쓰던 양의 절반만 가지고도 충분합니다. 모든 걸 귀하게 여기게 되니 당연히 아껴 쓸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 행복, 환경 여러 가지 이득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설거지 명상법, 한번 실천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