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이 맺어준 사랑
표고버섯이 맺어준 사랑
  • 제미영 기자
  • 승인 2009.12.3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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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집온 최순녀 씨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다문화가정이라고는 볼 수 없이 한국 여느 시골마을의 한 가정처럼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이 있다.

현관문을 막 들어서자 거실에서는 배를 쭉 깔고 초등학교 3학년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있는 둘째 딸 유화(9세)와 한손에는 답안지 다른 한손에는 빨란 색연필을 들고 채점을 하기 위해 지켜 앉아 있는 엄마 최순녀(37세)씨가 눈에 들어왔다.

뒤이어 지금 들에서 막 일을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유화 옆에 조용히 앉아 두 사람을 지켜보는 이는 아빠 임재룡 씨다.

큰 아들 찬묵이(13세)는 중학교에 다닌다고 하니 이들 부부가 결혼을 한지도 벌써 14년째가 된다.

▲ 시어머니, 남편, 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최순녀씨.


△중국 흑룡강성 밀산시 련주산향 영창촌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던 최순녀 씨와의 인연은?

임-군대 제대 후 부모님만 살고 계시는 공주로 와 그때부터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표고버섯을 재배할 수 있는지 현지상황도 알아보고 또, 표고버섯 묘목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므로 표고목 수입도 할 겸해서 사곡농협 전무님, 서울에 있는 무역회사 사장님과 같이 밀산시에 가게 됐다.

그런데 마침 농협 전무님이 기왕 중국에 왔으니 신부감도 골라가자고 제안을 하셨고 밀산시 부시장과 조선방송국 전광옥 앵커가 최순녀 씨를 소개해줘서 만나게 됐다.


△얼마 만에 결혼을 했나?

임-1994년 11월 첫 만남 이후 한달 뒤 중국에 가서 두 번째 만날 때 약혼식을 올렸고 세 번째 중국에 가서 1995년 5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같이 한국에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해 12월 3일에 다시 결혼식을 올렸다.

임-1994년 11월 첫 만남 이후 한달 뒤 중국에 가서 두 번째 만날 때 약혼식을 올렸고 세 번째 중국에 가서 1995년 5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같이 한국에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해 12월 3일에 다시 결혼식을 올렸다.


△최순녀 씨도 한국에 올 생각을 했었나?


최-그 당시 사촌언니가 중매로 한국으로 시집왔는데 남편이 불구자였다고 했다. 종종 중매사기를 당하는 일이 있어 한국에 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서 보냈고 만남이 이뤄졌다.


△한국 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최-조선족이어서 언어소통도 원활하고 환경적인 면도 거의 비슷해 별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치게 됐다.

중국에서 한글을 배우는 것과 한국에서 한글을 배우는 방법이 달라 아이들에게 중국에서 배웠던 방식대로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나마 공부를 봐 줄 수가 있는데 고학년으로 가면서 점점 아는 것이 없어져 아이들 공부하는 것을 챙겨줄 수가 없게 됐다.
준비물 준비하는데도 한글보다 외래어가 많아 뭐가 뭔지 몰라 학교 앞 문구점을 하는 친구에게 부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07년에 마곡초에서 제작한 영화 ‘안녕 나마스테’가 바로 이러한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영화화 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에게 많은 혜택을 주어서 공짜로 자식 키우는 것 같다.


△최순녀 씨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남편 임재룡 씨가 특별한 배려를 했다고 들었는데.

임-그래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문화를 빨리 느낄 수 있도록 2~3년 정도는 계속 데리고 다니며 시장이나 쇼핑센터 등 일반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빨리 적응 한 셈이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 중요하고 서로가 인격을 존중해 줘야지 아내라고 내 생각에만 맞추라고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국여자나 외국 여자나 무슨 상관있나. 서로 대화를 통해 마음을 알고 서로 이해하면 되는 거지.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너무나 평범하게.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 아이들 건강하게 잘 자라는 거 외엔 크게 없다. 농촌현실이 전부 어렵다. 사곡 표고버섯은 전부 내가 판로를 개척, 시중으로 많이 내고 있는데 직거래를 늘려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20여년간 표고버섯에만 전념하다보니 표고버섯에 관한한 기술이든 무엇이든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열심히 해서 표본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7월에 개최된 공주시여성대회에서 최순녀 씨는 다문화가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다른 노력으로 건강한 가정을 구현하여 타의 모범이 되어 모범가족으로 선정, 표창패를 받은바 있다.
작은 딸 유화에게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이라고 불이익을 당하거나 공부에 뒤처지거나 하진 않니?”라고 물었다. 유화는 “전혀 그런 일 없는데요”라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을 취재하며 처음으로 내 가족을 소개하는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