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꿈인 제시카
선생님이 꿈인 제시카
  • 제미영 기자
  • 승인 2009.12.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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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필리핀어과를 졸업한 제시카알큐아오(27세)는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를 더해야했고 입학금을 모으기 위해 필리핀에 있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한국으로 시집 온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여성이다.

2004년 6월 14일 필리핀에서 남편 고정근(45세)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7월 30일에 한국으로 건너와 아들 성환(3세), 안나(9개월)를 낳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는 제시카의 한국생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딸 안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제시카 부부
△대학을 졸업하고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를 더 하려던 사람이 갑자기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동기는?

-오래전부터 꿈이 외국에 나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었다. 또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 남자들이 결혼하기 위해 단체로 필리핀에 온다는 소식을 작은 어머니 로부터 듣고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한국에 와서의 첫 느낌과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처음엔 내 나라가 아니어서 이상했고, 적응이 안 되어 힘들었다.
한국 가족들과 지내면서 언어, 음식, 문화의 차이가 심해 좀 힘들었지만 공주시에서 다문화 가정에게 주는 많은 혜택들을 받으며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지냈다.

한국처럼 다문화가정을 위한 혜택이 많은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처음 공주에 왔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도우미가 와서 한글과 한국 음식 만들기를 가르쳐 주었고 임신을 해서는 태교, 요가, 육아법 등을 교육시켜 줬다. 물론 그 이외에도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물으면 다 알려줘 많은 도움이 됐다.

출산 후 2주 동안은 보건소에서 아이 돌보미 도우미가 와서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돌봐주었고, 보건소에서는 미역, 계란, 김 등 산모에게 필요한 식품을 제공해 주었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제도 준다.
또, 아이들 유치원도 거의 100% 지원을 받고 있어 다문화가정에 이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 2007년 큰 아들 성환이를 임신했을때의 모습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제일 우선이고, 다문화가정 가정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외모가 한국아이들과 달라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 까 걱정이 된다. 이러한 것들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또,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커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으로 시집오는 외국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오려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아보고 공부하고 왔으면 좋겠다. 또 한국에 있는 남편 되는 분도 부인될 사람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고 이해하는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으로 시집와서 잘 모른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 배울 수 있을 때 뭐든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문화차이나 생활차이로 인한 수준을 맞춰갈 수 있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킬 수도 있다.

△남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늘 잘해주니까 큰 바람은 없지만 술을 많이 마신다. 좀 줄였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잘해주지만 아이들에게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

△제시카 꿈이 있다면?

-한국어능력시험 3급 합격했다. 더 열심히 해서 6급을 따고, 교대나 사대에 가서 못 다한 공부를 더 해서 영어 교사가 되고 싶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 실행에 옮길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남편 고정근 씨는 “제시카 성격이 워낙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라 기회가 되면 다 배우고, 이해하려고 하고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 별 어려움 없이 한국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며 “제시카는 처음부터 어른들과도 잘 지내고 공주에서 살아왔던 나보다 공주를 더 잘 알 정도로 많이 다니고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가정은 외국인 며느리 한 사람만이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하나가 되어 외국인 며느리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내야 원만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제시카를 보면서 한국 며느리라면 저렇게 자상하게 내 부모를 모시고 어려운 살림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제시카를 처음 보았을 때는 2007년 1월, 공주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행사가 있어 취재를 갔을 당시 첫 아이를 임신해서 배가 예쁘게 나와 있었다.

그 이후로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제시카를 늘 만날 수 있어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의당면 월곡리에서 벼농사, 밤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는 제시카는 다문화가정에게 주어지는 많은 혜택들을 골고루 받으며 한국 사람이 다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