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박수현
힘내라! 박수현
  • 양태권 기자
  • 승인 2018.03.16 07: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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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양태권
박수현 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박수현 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영욕의 시간이 찰라와 같이 지나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사건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생각 끝에 썼다 지우고 다시 쓴 글이 데스크를 통과할 즈음이면 상황이 이미 변해있었다. 폭로와 반박 또 다른 폭로와 정면 돌파 등의 시간을 지나 박수현 예비후보는 결국 충남도지사 도전 의사를 거두어들였다.

그는 지난 3월 6일 이미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려고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문제의 직접적 관련자를 제외한다면 안희정 전 지사 사건 발생 이후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 인물이 바로 박수현 전 후보였다. 안 전 지사의 친구임을 자임하며 선거에 임했던 그는 이제 대중 앞에 할 말이 없을 처지가 됐다.

즉각 선거운동을 중단했던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자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언론들이 박수현에게 박수현이 아닌 안희정 질문만 늘어놓으며 답변에 난감해 하는 그의 모습을 즐겼을 것이다.

이미 박 전 후보가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청와대 대변인을 떠난다고 하는 시점부터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후보’라느니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사건’이 있다느니 하는 식으로 인터넷 상에서 그를 폄하하는 글들이 속출했다. 일은 철저하게 준비돼 왔었고, 시기를 엿보고 있던 와중에 안 전 지사 사태가 터지면서 기다렸다는 듯 공작이 시작됐다.

전직 청와대 대변인이자 유력 도지사 후보였지만 겨우 초선의원이었다. 다른 정치인의 보좌나 대변자의 역할은 해봤지만 정작 자신을 방어하고 자신의 대변하는 데는 익숙치 못했던 박 전 후보의 대응은 줄곧 터지는 폭로에 뒤늦은 해명을 하는데 그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단지 폭로의 대상이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지키고 싶은 사생활이란 측면이 있었기에 대중들의 동정 여론 또한 많았고, 그 덕에 그를 믿고 지지해준 사람도 많았다.

긴 터널을 숨 가쁘게 지나 그는 잠시 휴게소로 차를 멈췄다. 본인과 지지자 모두에게 왜 아쉬움이 남지 않겠냐만 이미 결정은 내려졌고, 식상한 표현이지만 이번 결정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되려면 앞으로의 시간이 중요할 것이다.

결국 정치를 다시 할 계획이라면 남은 기간 주변정리를 명확히 하는 게 최우선일 것이다. 마무리 짓지 못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테고 그 과정에 그의 주장이 결국 진심이었음이 밝혀진다면 머지않은 시간에 국민들은 그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의 주변을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주변에 의해 상처를 입고 또 그 주변을 끝까지 믿다 배신을 당했다는 모습은 측은함에서 더 나아가 너무 순진하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이제는 적당한 친소관계를 떠나 자질이 있고 신의 있는 주변 인물들로 새 판을 짜야 할 것이다.

비서실장, 대변인. 그간 남을 위한 정치를 했던 박수현 전 후보. 이제는 자기정치를 해야 할 시간이다. 문재인의 무엇, 안희정의 무엇도 아닌 ‘정치인 박수현’. 이혼 논란도 사생활 논란도 아닌 내 스스로 당당함 그 자체의 정치인 박수현. 확실한 정치인 박수현의 면모를 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힘내라!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