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수석 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박수현
청와대 정무수석 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박수현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7.11.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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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 백제뉴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차관급의 대우지만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실세 중의 실세이기 때문에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주로 맡는 자리였다.

전임 전병헌 수석도 3선 중진임에도 자신보다 선수도 나이도 어린 임종석 비서실장 밑의 정무수석에 임명되며 아이러니 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과거 정권까지 따지면 다선, 장관출신의 정무수석들도 수두룩했다.

그런 정무수석 자리에 대통령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이를 고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 출마의지를 굳히고 있는 박 대변인인 만큼 공직자 사퇴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시한부 정무수석을 하기에도, 도지사 불출마를 하기에도 모두 부담스럽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전병헌 전 수석의 갑작스런 사퇴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청와대다. 예산정국, 야당의 정계개편 임박, 감사원장 등 후임인사 과정에서의 인사청문회와 인준표결이 기다리고 있기에 청와대는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수석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열흘 넘게 지연되고 있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게 이유다.

현재 청와대 내부인사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초·재선이라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중진의원 출신들이 동시에 거명됐지만 친문, 친 정권 색채가 강해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흥미로운 일이다. 다른 비서관들은 초·재선이라 부족하다면서 역시 초선의 박수현 대변인에게 제안이 갔다는 점은 박 대변인이 의원시절 수차례 대변인과 대표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당내에서 탁월한 역할을 했고, 차분한 이미지로 여야를 막론하고 호평을 받아온 것에 대한 결과물로 여겨진다.

그런 이유로 정무수석 고사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역대 정무수석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신임을 얻었고 무게 있는 정치인으로 발돋움 했다. 정무수석을 거친 이후에 차기 총선 출마나 다른 식의 더 비중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박 대변인이 아니면 여당에서 도지사로 나갈 사람이 없는 게 아니란 점도 돌아봐야 한다.

충남도지사와 정무수석. 2개의 선택지가 있을 때 뭐가 더 낫냐를 떠나 대통령의 지명과 본인의 수락이면 끝나는 정무수석이 아닌, 당내 경선과 도민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도지사를 선택했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당선 가능성에 대한 계산이 끝났다는 뜻일 수도 있고, 대내외적으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이제와 다른 길로 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뜻일 수도 있다.

끝이 어떻든 정치인으로서 박 대변인 본인의 인생을 완전히 달리할 수도 있는 선택에 직면해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정무수석직을 고사함으로 인해 차기 행보가 드러남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향한 박 대변인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지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