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든 박수현, 머뭇거리는 양승조..경선가능성은?
뛰어든 박수현, 머뭇거리는 양승조..경선가능성은?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7.10.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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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좌)박수현 청와대대변인 (우)양승조 국회의원(천안시 병)© 백제뉴스

박수현, 복기왕, 나소열의 경쟁 양상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의 충남도지사 후보군에 양승조가 뛰어들었다.

라이트 체급의 선수들이 놀던 경기장에 헤비급 선수가 등장한 것과 흡사한 상황이다. 아직 도전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이미 여러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본인 스스로 가까운 언론을 통해 여론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양승조 의원이 민주당 충남 현역의원 가운데 최다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지사 후보군에 오르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오히려 이름이 오르지 않아서 이상했던 차였다.

지난 8월 독도 경비함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에 가깝도록 언론 노출을 피했던 게 양 의원이었다. 지금 기사들이 돌연 양산되는 것은 소위 자숙과정이 끝났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본인의 다음 행선지를 확실히 하는 의미로 보인다.

양승조 의원이 도지사보다는 당권이나 내각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게 일단은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손학규 전 대표의 발탁으로 정계에 데뷔한 양 의원이 아무리 4선 중진이라도 친문 세력이 우세한 현 민주당 체제에서 당권을 잡긴 어렵다는 게 분명한 평가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손꼽혔으나 간택 받진 못했다.

여전히 문 대통령 임기 중 임명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현역 의원이 이미 너무 많이 내각에 기용된데다 여성 비율을 높이고 있는 점, 무엇보다 가능성만 갖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란 점에서 본인의 위상 강화를 위해 도지사 직에 도전하는 시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민주당 충남도지사 자리를 놓고 경선을 치른다면 그래도 과연 참여를 할까와 그 과정에서 어떤 조율이 이루어질까에 있다.

양 의원이 경선에 오른다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복기왕 아산시장 모두에게 큰 타격임에 분명하다. 박 대변인은 현재 안팎으로 가장 앞선 후보로 꼽혔으나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 꼴이고, 복 시장은 아산과 인근 천안의 막강한 인구를 앞세워 표를 얻고자 했으나 천안 국회의원 출신의 양 의원이 반대로 그쪽 표를 다 가져가게 생겼으니 절대 위기다.

그렇다고 양승조 의원 또한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 아무리 가능성이 높다 하더라도 현역 4선의 국회의원이 초선의 박 대변인과 복 시장, 국회의원 경험조차 없는 나소열 비서관과의 너무도 급수 차이가 나는 대결에서 만에 하나라도 패한다면 큰 망신만 사는 일이다. 그래서 양 의원 쪽에서는 경선보다 추대 방식의 후보 선정을 원하는 걸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없다.

박수현 대변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양 의원은 그나마 현역이라 패해도 의원직은 가지고 남아 있는 것이고 복 시장도 시장 3선 도전이나 다른 방식의 정치를 모색할 수는 있지만 본인은 직책 상 대변인을 던지고 경선에 나갔다가 패하면 그냥 백수가 된다. 박 대변인도 패배시의 내상은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쪽에서의 조율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양 의원에게 다음 내각에 대한 언질을 준다든지 박 대변인의 사퇴를 만류하는 방식으로 출마를 포기하도록 교통정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에선 양승조 의원이 이런 판세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 도지사 도전 풍문을 띄우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그것 또한 정치력이기 때문에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