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공주시의회
우영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공주시의회
  • 이순종 기자
  • 승인 2017.07.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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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순종
© 백제뉴스

소신 있는 사람은 뜻을 정해두고 어떤 상황과 조건에도 그 뜻을 굽히거나 변하지 않고 이루려 노력한다.

반면 소신 없는 사람은 정해둔 뜻은 없되 상황과 조건에 따라 임의로 뜻을 바꿔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소신 없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선의인지 악의인지 하는 문제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에게 피해가 생기는지 이익이 생기는 지 하는 문제로 손익을 삼는다. 이렇게 이해타산을 앞세우고 불의를 행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은 단순한 문제라도 얽혀진 실타래처럼 어렵게 만든다.

특히 소신 없는 정치인은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반복하며 정치적 수지타산을 가늠하기에 온 열정을 쏟는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작년 후반기부터 치열하게 줄다리기 하고 있는 두 정당에게 이런 철새 정치인의 행보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우영길 의원은 지난 3차 추경예산 수정안 의결에서 느닷없이 반대표를 던져 무효시키는 등 의회를 한바탕 뒤집어 놓더니, 17일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의장단 선거를 위한 임시회를 대표발의 하며 단번에 전세를 뒤집어 놓았다.

공주시의회는 후반기 원구성 후 두 정당 간 5:5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지만 3차 추경예산 수정안 의결부터 우영길 의원이 자유한국당 측으로 선회하면서 균형이 깨졌다.

이전에는 두 정당 간 표결에 앞서 원만한 합의를 기대할 수 있었으나 균형이 깨진 시점부터는 표결에서 모두 자유한국당 측 입맛대로 흘러갔다.

이로 인해 집행부에 대한 견제는 매번 표결의 벽을 넘지 못했고, 반발에 자유한국당 측 의원들은 다수결의 원칙에 의한 것이라며 맞섰다. 그 결과 의원 간 갈등이 점점 심화됐고, 급기야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기 이르렀다.

이렇듯 우영길 의원의 갑작스런 노선변경은 의원 간 대화의 기회마저 빼앗았고, 법적조치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그 과정에서 공주시의회는 집행부 견제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유명무실화 됐고, 급기야 법적분쟁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수많은 비판과 함께 시민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깊어져 갔다.

그러던 우 의원이 17일 또 다시 노선을 선회하면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임시회에서 열릴 의장단 보궐선거에는 지난 후반기 원구성과 동일하지만, 공주시의회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그가 갑자기 노선을 변경한 이유는 19일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공개사과 하면서, 이종운 의원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고소로 의한 압박이 결정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에도 정치적 소신이 아닌 개인의 이해타산에 의한 결정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우 의원은 이날 공개사과 하면서 말미에 “사실, 제가 보도자료를 낼 당시에는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해 박모 의원의 조언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게 된 것이니,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히며 공주시의회의 명운이 걸린 결정적인 순간에서도 소신 없이 이리저리 휘둘렸음을 토로했다.

유독 그를 중심으로 한 회유와 압박이 집중되는 이유는 그가 정치적 소신 없이 이해타산에 따른 움직임을 보여 왔고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대적인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소신 없는 한 사람으로 인해 의회가 좌지우지 되고 있다. 그런 그를 중심에 두고 의회가 이리저리 휘둘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시민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정치인에게 소신이란 목숨과도 같다. 목숨을 잃은 정치인을 바라만 보고 있자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