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입각 일축하는 이춘희 시장, 속내는?
장관 입각 일축하는 이춘희 시장, 속내는?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7.05.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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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이춘희 세종시장 © 백제뉴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이춘희 세종시장은 언론에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는 걸 보며 정권이 바뀌었다는 걸 피부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모 언론사가 지난 11일 아침 국토교통부 장관 유력 후보로 이 시장을 거명하며 보도하며 불거진 작은 파장은 이 시장이 마침 당일 열린 세종시 정례 브리핑에서 “연락 받은 바 없다”고 진화하고 나서며 가라앉는 듯 했지만, 여전히 언론은 후보군 가운데 그의 이름을 빠뜨리지 않는다.

청와대 입장으로는 이 시장의 국토부장관 카드가 매력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각 부서에 최적의 인사를 기용하고 싶은 거야 당연하지만 보수정권이 이어지며 인재풀이 넓지 않은데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줄줄이 낙마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현재 허니문 분위기도 깨지고 정국운영도 꼬여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사청문회나 사업 추진력만 생각한다면 현역 국회의원을 기용하면 좋지만 그럴 경우 각종 개혁과제가 산적한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내부의 힘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시장은 건교부 출신으로 차관까지 지낸 내부 전문가이자 세종시에서 재선에 성공한 시장으로 검증도 상당부분 이뤄졌다.

또 세종시를 행정도시로 만들겠다고 앞장선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내 문재인 대통령과 정책적 결합도 일치해 전문성, 정치력, 정책완성의 3요소를 만족시키는 최적의 카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이 기사가 나온 당일 사실상 거절의 입장을 밝힌 것은 세종시 정상추진을 완결 짓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당선으로 국회 분원이 확실시되고 내년 개헌투표를 통한 행정수도 변경도 가시화된 상태에서 물러난다면 과제를 다 해놓고 제출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하는 꼴이 되고 만다.

본인의 정치적 계산에서도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경쟁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유력한 자리를 버리고 입각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물론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전 정권에서 국토부 장관으로 시작해 경제부총리까지 올라갔다 현재 어쩌다보니 국무총리 직무대행까지 하고는 있지만 유일호 부총리는 원래 KDI 출신의 조세전문가로 국토부 장관 지명이 도리어 의외였던 인물이었지 사실상 국토부 장관이 정치적으로 높은 자리가 아니라는 판단이라면 굳이 당장 갈 필요는 없다는 판단도 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이 건설과 교통 분야를 총괄하는 수장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지연되고 있는 행정기관 이전, ktx 세종역 추진, 서울-세종 고속도로 조기건설에 힘을 싣기 위해 장관직에 정식 요청이 올 경우 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그럴 경우 당장 세종시장 재선 도전은 어렵겠지만 국가와 지역의 숙원사업을 이뤄내고 3년 뒤 세종시 국회의원으로 금의환향 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 내 차관인사를 단행하고 이낙연 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장관 제청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