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1500억中 8600만 삭감...이게 의회냐?
예산안 1500억中 8600만 삭감...이게 의회냐?
  • 이순종 기자
  • 승인 2017.04.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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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이순종
© 백제뉴스

550억원. 지난 해 공주시의 명시이월 예산액이다.

명시이월 예산이 많을수록 집행부가 무리한 편성과 불필요한 예산의 사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율적인 예산 편성과 사업의 적절성이나 예측이 미흡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집행부의 미흡한 예산편성을 견제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의회제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원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공주시의회는 19명의 의회사무국 직원과 11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되어있다. 모두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은 집행부 견제와 감시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다. 시의원은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되는지, 낭비성·선심성 예산은 아닌지, 잘못된 예산을 연속해서 편성하고 있지는 않는지, 대안은 없는지 등을 감시하고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시의원이 본분을 망각하고 그 역할을 수행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시민의 혈세는 누구의 감시도 제대로 받지 않고 엉뚱한 곳에 쓰일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아무리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라 해도, 여러 시민의 입장과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안목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주시의회는 2017년 본예산에서 68억원, 1차추경예산에서는 고작 8600만원 삭감에 그쳤다. 그렇다고 대안제시도 없었다.

공주시의 매년 이월 되는 예산이 500억여원 이라고 본다면 공주시의회의 집행부 견제 수준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견제의 부재가 시의원간 갈등과 당리당략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시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직무유기로, 시민으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오늘 공주시의원들은 민의의 전당에서 성난 민심을 직접 마주했다.

이미 추경 예산안을 두고 상호간 비방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터라 시의회의 민낯을 감출 순 없었다.

그 동안의 파행 속에서 의정활동을 시민 앞에서 여과 없이 보여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의원들은 그 동안의 행보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 정당한 의사결정에 의한 합리적 결정이었음을 시민 앞에서 호소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어떤 의원은, 예산심의 중 반대의견을 개진하더니 예산표결에서는 모조리 원안가결에 표를 던졌다.

또, 예산심의 도중 상당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질의 한 번 하지 않은 의원도 있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정당한 의사결정과 토론에 따른 합리적 결정 이었다면 6:4라는 계수조정 결과와 1500억원 중 8600만원 삭감이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 아래 어떤 의원의 (구)공주의료원 리모델링 예산에 대해 TF팀을 구성해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제안마저도 묵인 당했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전광판 예산도 수정 없이 통과됐다.

위원회에서 조례제정이 보류된 예산도 그대로 통과됐다.

이순종 취재기자 © 백제뉴스

어떤 B아무개 의원은 “시의원이 전문성도 부족한데 감으로, 돌아다니는 소문으로, 당리당략으로 정책을 논의하고 예산심의 한다는 건 넌센스다. 시의원은 시스템이 그렇다 보니 맞춰서 가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의원이 그 역할을 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견제와 감시는 누가 한단 말인가?

전문성 없는 시민들은 손가락 빨고 가만히 있어야 한단 말인가?

매년 나오는 500여억원의 명시이월 예산은 집행부만의 책임인가?

적어도 본인 재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스스로 쓸모없는 시의원이 되기를 선택했다. 당리당략을 위해 시민들이 손에 쥐어준 권한을 식물의회로 만드는 데 표를 던졌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추경예산이 전부 가결되면서 그들은 결국 승리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건 시민들의 비난과 배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