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노무현이 될 수 없었던 '노무현의 왼팔'
제2의 노무현이 될 수 없었던 '노무현의 왼팔'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7.04.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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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5일, 충남도청 출입기자들과 티티임을 하면서 대선경선과정에서의 소회를 피력하고 있다. © 백제뉴스

“2002년 아무도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 2% 노무현이 이길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기적 같은 승리를 만들어...”

안희정은 2002년 대선 경선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대권까지 차지했던 일을 몇 번이나 상기시키며 자신이 마치 제 2의 노무현이 될 수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노무현의 상대는 그와 전혀 성향이 다른 이인제 후보였지만, 2017년 안희정의 상대는 비슷한 성향의 문재인이었다.

저번 대선에서부터 대통령을 준비했던 문재인과 달리 안희정은 저번 가을에만 해도 불펜투수를 운운하던 대기조였다. 앞선 후보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던 것을 인정하고 차분한 추격자로서의 발걸음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과 보수후보들의 몰락 등을 겪으며 일약 지지율이 올라가더니 갑자기 과속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내상이 있는 패배를 당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안희정이 높은 지지를 받았던 점은 높이 살만하다. 대선 구도가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서울시장 박원순, 경기도지사 남경필, 대구에서 살아난 김부겸, 전 서울시장 오세훈 등 유력한 대권주자에 비해 안 지사의 인지도는 매우 떨어졌다.

오죽하면 ‘사람은 좋지만 충청도 말고는 잘 몰라.’라는 말이 나왔다.

‘대연정’과 ‘선의’ 발언은 그런 안희정을 스타로 만들어줬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어떤 대권주자보다 더 많이 언론에 노출됐고, 모두가 그를 알게 됐다.

그에 따라 일정부분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당내 지지자들은 등을 돌렸고, 그 결과 경선에서 참패했다. 기대했던 역선택은 없었다.

여론은 그런 것이다. 한 번 내 편이 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 같지만 돌아서면 끝이다. 안희정은 대연정과 선의에 대한 반응들은 오해고 프레임이 왜곡됐다고 생각했지만 여론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도리어 문재인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빌미로 공격을 펼쳤다 역공을 맞고 지지자들을 원망하는 글을 올렸지만, 그 덕에 떠나간 지지자 뿐 아니라 남아있던 지지자들에게까지 비난을 받았다. 그 일로 역전은커녕 남아있던 지지자들까지 떠났다.

김종민 의원은 연초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과 안희정의 대결을 두고 “경쟁은 화끈하게, 신뢰는 확고하게! 이렇게 갑니다.”라고 남겼다. 대부분의 친노 지지자들은 안희정이 깔끔한 경선레이스를 거치며 인지도와 이미지를 잘 쌓아 다음 대선 때 문재인의 지지세력을 그대로 물려받길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종민 의원이나 친노 지지자들의 바람과 지금의 모습은 다르다.

물론 안희정 지사가 보수, 반 문재인 유권자의 표심을 잠식하며 다른당 후보들의 존재감을 상실시켰다는 점에서 문재인이나 민주당으로써는 큰 소득이 있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나서야 안철수와 홍준표, 유승민이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이미 대선 레이스는 절반이 지난 후다. 그런 점에서 안 지사가 차후에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관심사다.

이미 충남도지사 3선에 도전하진 않을 거란 말이 나오고 있지만, 공식 입장은 아니고, 또 저번 지방선거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처럼 자신의 입장과 달리 당내에서 강한 요청이 있더라도 끝까지 거절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재근 © 백제뉴스

국회로 나간다면 안 지사로서는 충남의 어떤 지역구든 자신이 있다는 가정 하에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총선까지 2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걸 감안하면 다음 총선보다는 혹시 있을지 모를 재보궐을 노릴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현재 재판이 계류 중인 천안갑이나 아산을 등이 당장 눈에 보이나 재판시기 등에 따라 변수가 많아 점치기 어렵다.

고향 논산으로 가기엔 정치적 명분도 약하고 측근의 김종민 의원을 밀어내는 모양새가 있어 어렵다.

차기 대선 공약으로 청와대 이전을 내세우며 분구가 확실시 되는 세종으로 나올 수도 있고, 자신의 캠프 대변인으로 뛰었던 박수현 전 의원이 도지사로 나간다면 공주·부여·청양에서 뛸 수도 있고, 더 큰 모험을 위해 수도권 험지에 도전하거나 입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좀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