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기능 확대 없이는 세종시 미래 없다
자족기능 확대 없이는 세종시 미래 없다
  • 유재근
  • 승인 2017.01.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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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공주에 살던 30대 신아무개씨는 2015년 세종시에 입성했다. 당시 1억을 밑도는 저렴한 전세 값도 매력적이었고, 최첨단 교육시설을 갖추었다는 세종시 교육 시스템도 그의 결정을 도왔다. 공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걱정되긴 했지만, 가족을 위해서 희생할 만 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2년 뒤인 2017년. 그와 총 4명의 가족은 다시 공주로 돌아가는 이삿짐을 쌌다. 전세 비용은 2년 새 무려 1억 가까이 치솟았고, 과밀학교로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유치원은 입학하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말았다.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종시지만 어둠은 존재한다. 지난해까지 40개의 중앙행정기관과 15개의 국채연구기관, 4개의 공공기관 등이 이전해 수도권에 인구를 다소 분산시킨 것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인근 지역 주민들을 빨아들여 주변 도시들에겐 ‘공공의 적’, 국가적으로도 인구분산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는 대중교통의 천국을 만든다는 청사진으로 도로 확충에 인색한 도시개발을 했지만, 인근 지역에서 넘어온 주민들이 여전히 시외지역으로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가용 운용은 필수가 됐고, 좁은 도로는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다.

대전으로, 청주로, 공주로 도로를 늘리곤 있지만 그 덕에 출퇴근 시민들은 더 불편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확장 속도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인근 출퇴근 수요 때문에 공사가 끝나도 편하게 다닐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행복도시 착공 10주년과 출범 5주년을 맞는 올해 세종시는 인구 25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입주 예정 아파트가 1만 5천여 가구에 달하는 점에서 보면 연내 30만명까지 갈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언제까지 블랙홀 효과만 바라보며 성장할 순 없다. 올해만큼 입주 아파트가 많았던 2014~15년에는 인근 지역의 젊은 부부들이 낮은 전세 비용의 메리트 덕에 대거 이주를 했지만, 입주 가구 수가 적었던 지난해부터는 전세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며 전세시장이 매우 불안하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올해와 내년 또 많은 물량이 나올 경우 전세 값이 내려가겠지만, 그 이후 물량이 줄어들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는 젊은 부부들을 망설이게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자족기능의 확충이다. 세종시가 더 이상 공무원들의 도시도 아니고 또 그렇게 머물고자 하는 게 아닌 이상 아침저녁 시간의 고통을 볼모로 좋은 주거환경만을 내세워 사람들을 호객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렇기에 4-2 생활권에 들어설 세종테크밸리에 대한 기대는 크다. 산학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지식산업센터, 벤처기업 등이 들어서면 정상적인 인구유치 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일자리 확대로 안정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자칫 올해와 내년 2생활권의 입주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세종시 미래에 그림자가 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곧바로 입주가 시작될 4생활권과 세종테크밸리의 성장추진은 중요해 보인다.

물론 국회분원,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복청과 시의 노력으로 시민들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 자꾸 외부적인 효과만을 바라서는 안 될 일이다.

세종시는 이제 행정기관 이전이라는 초기 단계를 거쳐 생활환경 완성이라는 2단계 과정에 접어들어 있다. 공무원들의 대거 이주가 끝난 올해 시민들이 만족할만한 양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2030년 80만 인구를 바라보는 세종시의 꿈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