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오는 정진석, 환영받을 수 있을까?
고향으로 오는 정진석, 환영받을 수 있을까?
  • 유재근
  • 승인 2016.12.1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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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전국이 최순실의 늪에 빠져있었고, 그 한가운데를 벗어날 수 없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여론과 언론의 표적이 됐다. 새누리당 지지도와 그 의원들의 인기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고, 정 원내대표의 공주 사무실 앞에는 ‘박근혜 퇴진’과 ‘정진석은 공주의 수치’라는 판넬을 든 시민들로 몸살을 앓았다.

1년 임기 원내대표의 굴레를 7개월 만에 벗어던진 정진석, 그는 이제 평의원으로 돌아오는 고향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그의 임기였다. 출발은 좋았다. 나경원 의원을 제치고 20대 국회 새누리당의 첫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꿈을 가질 수 있던 시기였다.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당내 뇌관이었던 탈당 의원 복당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고, 여소야대 국면에서의 역할도 잘 해내간다는 평이었다. 무엇보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음에도 친박과 비박의 중간자 노릇을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최순실의 등장은 모든 상황을 바꿔놓았다. 국민적인 분노와 퇴진을 바라는 촛불민심에도 원내대표로 새누리당의 1호 당원인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붙이지 못했다. 점점 당내에서도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과 비토하는 세력이 극단으로 갈리면서 양쪽에 한 발씩 올려놓고 있던 정 전대표의 가랑이는 버틸 수 없을 만큼 벌어져 버렸다.

비박계의 이혜훈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향해 ‘아침에는 친박이었다가 저녁에는 비박이었다가 하는 분’이라고 냉소를 보냈고, 이번 정 전대표의 빠른 퇴진에는 친박의 압력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탄핵 후엔 도리어 친박의 공격을 받았다.

화목할 땐 모르겠지만 극단으로 벌어진 이상 중간자의 역할은 아무 의미가 없게 돼 버렸다. 친박과 비박이 서로 ‘배신자’, ‘부역자’ 운운하며 나가라고 열을 올리기 시작한 12일, 정진석 대표는 사퇴를 선언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게 뻔한 낀박은 탈출한 셈이다.

당장은 숨을 고르면서 지친 몸을 달랠 것으로 보인다. 칼날이 난무한 여의도에서 벗어나 당분간 고향에서 소홀했던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그를 선뜻 반겨줄진 알 수 없다.

그가 마지막 화두로 던졌던 개헌 문제가 서서히 도마에 올라오고 있다. 분당 일보 직전인 새누리당이 결국 갈라선다면 어느 쪽으로 갈지도 정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입장도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여론도 살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그가 내심 밀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 쪽과의 교감도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일각에선 당에 남은 상태에서 제3지대에서 힘을 키울 반 총장을 지원할 것이란 전망도 있고 혹시 있을지 모를 충남도지사 선거에 재도전 할 거란 설도 있다. 정도를 걷는다면 그 길은 아닌 것 같다. 아직 내상이 큰 만큼 복귀와 다음 갈 길에 대해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