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 제주 의정연수 3시간반 빼면 '먹고 마시기'
세종시의회, 제주 의정연수 3시간반 빼면 '먹고 마시기'
  • 이원구 기자
  • 승인 2016.10.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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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부터 3일간 세종시의회 의정연수의 숙소인 제주도 서귀포 K호텔의 야간 전경.© 사진=서울일보 송승화 기자

세종시의회가 지난 19일부터 3일간 다녀온 제주도 의정연수 기간동안 공식 일정은 3시간 30분에 그치고 나머지는 ‘먹고 마시기’에 소비해 전형적인 ‘혈세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과연 시의회의 연수가 이런 행태를 띠며 계속 진행되야 하는지 일정을 따라가며 문제점을 지적해 시민들에게 알려 국민의 혈세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세종시기자협의회가 공동취재에 나섰다.

이번 연수는 의원들에게 청탁금지법을 설명하고 세종시 특별법개정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 조례를 벤치마킹하며 연말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실무교육을 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의원 15명과 사무처직원 12명이 가기로 했으나 막판에 의원 2명이 포기해 의원 13명에 사무처직원 14명이 2000여만원(의정담당관 주장으로 확인필요)의 예산으로 이번 의정연수를 준비했다고 한다.

외부 연수기관에 의뢰해 인원수를 정해 놓은터라 의원이 빠진 자리에 사무처 직원을 끼워 넣었다고 하지만 뭔지 허술하기 짝이 없다. 27명이 비용을 얼마나 썼는지는 정산하면 정확히 밝혀질 것이다.

이들은 19일 오전 의회에 모여 업무시간임에도 기꺼이 찾아온 홍영섭 정무부시장과 이승복 부교육감을 비롯한 시청과 교육청 간부직원들의 정성어린(?) 환송을 받으며 출발했다.

청주공항으로 가는 도중 단체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10분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해 3시 1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전세버스를 타고 홈페이지 객실요금 안내에 가장 저렴한 방값이 하룻밤에 33만원으로 돼있는 5성급 ‘서귀포 K호텔’로 가기위해 한라산 중산간 길을 넘었다.

지난 19일 저녁 세종시의회 의정연수단이 제주도 서귀포 중앙동 일대 유흥가에서 배회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일보 송승화 기자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자마자 1시간 정도 청탁금지법에 대해 소개 받고 저녁 무렵부터 이들의 ‘먹고 마시기’는 시작됐다. 일정표에 나와있는 명목은 ‘현안토의’였다.

저녁이 되자 시의원과 사무처 직원들은 ‘A기술원(연수의뢰기관)-세종시의회’라는 명패가 부착된 전세버스를 타고 인근 ‘J횟집’으로 이동해 4인 기준으로 한 상에 12만원인 모듬회와 한 병당 4000원인 주류를 겸한 회식을 했다.

회식 후 일부 직원들은 근처 노래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머지 일행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K호텔로 돌아와 1시간 정도 머물다 밤 10시경 고준일 의장, 김봉렬 의원, 장만희 사무처장 등 시의원과 직원들 약 12명이 함께 콜택시 4대를 불러 나눠 타고 중앙동 유흥가 지역으로 나갔다.

이들은 2시간 정도 15명 입실이 가능한 노래방 특실에서 스트레스(?)를 푼 후 일부는 택시는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으며 나머지는 노래방 지하에 있는 H나이트클럽에 있다가 새벽에 숙소로 돌아왔다.

과연 이날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등에서 먹고 마신 비용을 누가 어떻게 계산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몇시간 전에 배운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웃지못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일부 시의원은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에 최근 전국체전 선수단과 임원들에게 지급한 ‘세종시’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점퍼를 입고 출입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다음날은 아침식사를 하자마자 면적이 고작 300㎡이고 여유있게 한바퀴 도는데 1시간이면 충분한 섬 마라도로 ‘민생현장’ 탐방(?)을 다녀왔다. 분명 그 유명한 자짱면집은 보고왔을 것 같다.

섬에서 나온 일행은 점심을 먹고 오후에 한라산 중턱을 넘어 제주시에 있는 도청으로 갔다가 1시간반 동안 ‘제주자치도 업무 추진단’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다시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로 돌아왔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이번 제주도 의정연수 자체가 굳이 그 곳까지 가서 연수를 했어야 하느냐는 물음을 남기지만 그나마 서귀포가 아닌 제주시에 숙소를 정했다면 경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첫날 서귀포 호텔로 이동하고 이날 도청 방문을 위해 2번 그리고 마지막 날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고 그 높은 한라산 중산간 길을 총 4번이나 넘는 수고와 비용은 아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시간과 돈을 길에 뿌린 격이다. 이들이 방문한 기간은 제주도의회가 열리고 있어 도의원들과의 충분한 접촉도 힘들었다. 대신 ‘제주자치도 업무 추진단’과의 간담회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종시에는 제주도 연락사무소에 약 10명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제주도에 대한 자료와 정보는 이들을 통해 얼마든지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제주도를 찾을 필요가 있었는가 의문이 든다.

이날은 같은당 의원들끼리 타려 했는지 아니면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했는지 불분명 하지만 27명이 움직이는데 45인승 리무진 버스 2대가 왜 필요했는지 ‘호화연수’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 20일 오전 세종시의회 의정연수단이 민생현황 탐방을 위해 방문한 마라도 섬이 멀리 바라보이는 제주도 모슬포의 조그만 포구 송악산항 모습.©사진=서울일보 송승화 기자

이날 점심시간에 앞서 1박 2일 동안 비공개 잠행 취재를 벌이던 세종시기자협의회 소속 S기자의 신분이 노출되는 바람에 이들은 아쉽게도 이날 저녁을 조용히 지낼 수 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돌아오는 날인 21일에 발생한다. 이날은 오전에 호텔에서 연말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예산관련 실무교육을 마친후 세종시로 귀환하게 돼있었다.

그런데 이번 일정을 총괄계획하고 진행한 장만희 사무처장이 일행과 동행하지 않고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서울로 간다며 일행과 떨어져 청주행 비행기가 아닌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고준일 의장에게 구두로 보고하고 갈 수는 있겠지만 시의회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어떤 급한 일이 있었는지 이는 시의원을 무시하는 행태이며 공직자의 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나머지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은 제주공항에서 12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오후 1시반 청주공항에 도착해 세종시로 오는 도중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경 의회에 도착해 해산했다.

이번 연수의 성과와 소감 등을 인터뷰 하기 위해 청주공항으로 간 세종시기자협회 소속 C기자와 S기자는 장 사무처장의 부재 사실을 알아채고 직원들에게 취재하다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2박 3일간 연수단은 ‘청탁금지법’ 약 1시간, ‘제주자치도 업무 추진단’과의 간담회 1시간 30분, ‘예산 관련 직무교육’ 1시간 등 총 3시간 30분 일정을 제외하면 관광과 먹고 마시는 일에 소모했다.

이런 구설수가 나올때면 늘상 “회기중에 고생한 의원들과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연수”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피땀흘려 일해서 낸 국민의 혈세를 그렇게 써도 되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 정도 연수를 하기 위해 국민들이 고혈로 짜낸 혈세를 그렇게 쓰면서 꼭 제주도로 가야 했나?”, “시의원과 사무처직원들은 자신의 개인 돈이었다면 그렇게 썼겠느냐?”고 되묻고 싶다.

더 중요한 것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원과 사무처 직원들이 시민의 혈세를 아까운줄 모르고 펑펑 써대면서 어떻게 시민을 섬기는 의회가 되겠다는건지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하다.

지난 20일 아침 세종시의회 의정연수단이 민생현황 탐방을 위해 마라도를 방문하기 위해 숙소인 제주도의 서귀포 K호텔을 나서는 모습.© 사진=서울일보 송승화 기자
지난 21일 세종시의회 의정연수단이 제주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청주공항의 모습.© 사진=서울일보 송승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