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의 딜레마
진보교육감의 딜레마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10.1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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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세종시교육청 최교진 교육감 © 백제뉴스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높이겠다는데 왜 반발하는지 모르겠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은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새로 생겨난 도시인만큼 학군 배정은 아무리 예상을 잘 해도 빗나가게 마련이다. 과밀, 과소 학교의 탄생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에 대해 무턱대고 학교를 계속 지을 수도, 시민들의 불만을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구도심 지역에서는 겨우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우선으로 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우선시 하여 학교 운영을 하려고 했더니 난데없이 동문회가 반발하며 갈등만 커진 꼴이 됐다. 어쨌든 원만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교육감은 책임을 져야 한다.

조치원중과 조치원여중 사태로 세종시교육청이 곤란에 빠졌다. 기존에 두 학교가 조치원역을 기준으로 조치원의 구도심인 동쪽에 위치해있는데, 조치원 서쪽에 수 년 전부터 신규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민원이 발생하여 동쪽과 서쪽에 한 개씩 배치하고자 하였으나, 조치원 구도심 지역과 여중에서 반대하며 난항을 겪고 있는 게 골자다.

시교육청은 남중과 여중으로 나누어져 있는 두 학교를 모두 남녀공학으로 바꾸어 신설하되 조치원 서쪽에는 기존에 조치원중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동쪽에는 현 조치원여중을 리모델링하여 세종중(가칭)으로 개교하고자 했다.

교육청은 각 학교의 학적, 동창회 기수 등은 승계하기로 하였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름이 없어지게 된 조치원여중 동문회에서는 반발이 심하다.

더욱이 조치원 신도심과 구도심의 교육 수준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이런 학교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양쪽 학교간의 교육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도심 측은 반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를 따져봐야 할 문제인지도 모른다.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이 주인인지, 학생과 학부모가 주인인지, 그 학교를 졸업한 동문이 주인인지, 아니면 굳이 비율을 나눠야 한다면 몇 %씩 인지.

그런 부분에서 최교진 교육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조치원 서쪽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철길을 건너 등하교를 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교육감이라면 당연히 해결해줄 의무가 있고, 또 그리하고자 했음에도 이상한 쪽에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볼지도 모른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조치원 서부지역에 80% 이상의 학생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신이 졸업한 남중, 여중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다 혹시나 두 학교의 편차가 심해져 우리 아이는 공부 못하는 학교에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동쪽 지역 학부모의 입장도 최 교육감은 헤아렸어야 했다.

간혹 진보 교육감들이 급진적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열정인지 몰라도 행정에 너무 급한 기색을 보인다. 시민들의 의견 청취나 지역사회의 합의과정을 생략하고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조치원의 문제를 들었지만 그 외에 금호중 이전 문제나 아름초, 도담초의 공동학구 지정 등의 문제에서도 시민들은 최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장의 교육적 편의가 필요한 재학생도, 역사를 지키고 싶어 하는 졸업생도 학교의 주인을 독점할 수 없듯 교육감도 행정을 독점할 순 없다. 자신의 독단으로 시민들의 편을 갈라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세종시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