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의 정중동, 再起 암시일까?
이완구의 정중동, 再起 암시일까?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10.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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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성완종 파문이 일어난지도 1년 반 가까이가 지났다.

정권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난 후폭풍이 올 것 같았지만, 다른 의혹들이 그러하듯 시간이 지나며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리스트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만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총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선상에 올라있는 홍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지난달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뒤엔 차기 대선을 위해 대선주자인 자신을 가지치기하는 것이라며 정치 공작설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 당시 뿐 아니라 2심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최대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지난 총선에 재도전하며 건재를 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때도 그런 움직임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제하는 모양새였다.

정치에 만약이란 없지만, 지난해 2월 취임한 이완구 총리가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하고 올해 총선에서 당선되어 4선 고지에 올랐다면 새누리당에서 굳이 아직 피아 식별도 채 안 된 반기문 카드를 들고 나올 것 없이 이 전 총리를 충청대망론의 꽃가마에 태울 수도 있었다.

행정고시 출신의 충남경찰청장, 충남도지사 시절 세종시 원안사수를 외치며 도지사 직을 던진 승부사, 혈액암 투병을 이겨내고 재보궐 선거에 나서 당선된 이후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또 총리까지. 그는 정치권에 드라마 같은 인물이었다.

항소심에서 그간의 의혹들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전 총리는 “무리한 검찰권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는 말만 했을 뿐, 앞으로 정치 재개 여지 같은 반응은 삼가하고 있다.

최종 판결이 남아있는데다 법리적 무죄는 물론 국민적 여론의 평가까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중동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로 총리직에서 물러날 당시 이임사에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여백을 남기고 떠난다”고 말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동시에 이게 끝은 아니라는 의지를 드러낸 말이었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당장 대권이든 다음 총선에서의 지역구를 점치고 있지만, 너무 앞선 분석이 아닌가 싶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선 이미 충청권에서 확실한 영향력을 갖춘 만큼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어느 자리, 어느 지역구와 상관없이 도전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선거 승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딱 어디를 염두에 두기 보다는 재기를 향한 본인의 판단이 설 때 나오는 자리가 그의 새로운 도전지가 될 거란 뜻이다. 그게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선이든 보궐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