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원의 낡은 정치 한탄스럽다
젊은 의원의 낡은 정치 한탄스럽다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7.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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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개인적으로 같은 젊은 사람의 입장에서 젊은 사람의 정치참여를 환영한다. 최근 브렉시트 사태를 보며 노년층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 EU 탈퇴를 주장했다고 해서 세대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그게 과연 그 나라만의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사회 경험도, 인생 경험도 일천한 단지 젊다는 것밖에 없는 사람이 잠깐의 인기를 타고, 혹은 정치적인 식견이 없는 무방비의 상태에서 특정 세력의 힘으로 무임승차했을 때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최근 국내 정치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출마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젊은 정치 꿈나무들이 처음부터 국회의원 같은 자리에 무모하게 도전하기 보다는 시의원부터 시작해 도의원, 시장·군수를 통해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어느 정도 단계를 밟아 나가주길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의회에는 무려 두 명의 젊다 못해 어린 80년대 생 의원이 있다. 젊은 도시에 젊은 시의원들이 성장해나가면서 도농복합도시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협치하고 젊은 사람들의 의사를 대변하며 지역의 정치 인재로 성장해주길 기대했다.

그 중에서 재선의 고준일 의원이 이번 제 2대 세종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선출됐다는 소식이다. 축하할 일인가? 미안한 얘기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얼마 전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보령에 현장방문을 간다고 해놓고 바다낚시를 즐겼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전국적인 망신을 샀다. 한 달도 안 된 일이다. 그 당시 산업건설위 위원장이 고준일 의원이었다.

국회에선 의원 보좌진에 친인척을 채용했다고 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범법도 아니지만 국민 정서는 법 이상의 도덕성을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명백하게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하고, 징계가 필요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내놓아도 공분이 풀리지 않을 터인데 도리어 무엇을 잘했다고 의장에 오르는지 한심한 실정이다.

하겠다는 사람도 문제고 뽑아준 사람도 문제다. 고 의원의 이번 당선에는 정치적 술수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었다. 지난 총선 때 탈당한 이해찬 의원을 지지했던 더민주 시의원과는 달리 자당의 문흥수 후보를 지지했던 고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어차피 의석수에서 밀려 자력으로 의장을 탄생시키기 어려운 새누리당이 고 의원을 이용해 적의 적은 나의 아군이란 전략으로 고 의원을 밀었다. 그걸 알고도 의장직의 꿀을 빨겠다고 나간 고준일 의원이다.

그의 나이 아직 30대다. 정치인으로써 갈 길이 멀다. 다른 더민주 의원들이 당적은 유지하면서 무소속을 지원하는 사실상 이적행위를 할 때 차라리 침몰하는 자당 의원을 지지하는 걸 보면서 응원한 적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의 힘으로, 어른들의 정치놀음에 휩쓸려 제 눈앞에 독배가 독배인지도 모르고 받아 마시는 꼴이 안타깝다. 젊은 감각으로 세련된 정치를 하며 시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다른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장이 아니라도 나중에 당당하게 의장에 오른 뒤 그 다음 선거 때 더 높은 위치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도 기회도 충분히 있었다.

앞으로 40년은 할 수 있을 정치인생을 마치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폭주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훤히 보이는데 과연 자기 눈에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기에 저러고 있는지, 아니면 원래 그릇이 그 정도인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