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께 드리는 편지
선생님들께 드리는 편지
  • 김지철
  • 승인 2016.07.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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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지철
© 백제뉴스

◈ 취임 2주년이 되었습니다

괴테는 서동시집에서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은 활동이고 시간을 견딜 수 없이 길게 하는 것은 안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업과 업무, 학생과 민원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선생님들의 시간은 얼마나 짧을까요?

취임 2주년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바짓가랑이에서 비파소리가 나도록 교육현장을 누볐습니다. 아직 방문하지 못한 기관은 빠른 시일에 찾아가 따뜻한 손 맞잡고 작은 소리, 큰 소리 가리지 않고 귀 기울이겠습니다. 충남교육과 자기성찰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며 함께해 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아쉬움도 있습니다

충남교육정책 만족도에서‘교육비리 척결과 예방을 위한 청렴정책’이 가장 잘한 일로 선정되었습니다. 교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런가하면 부득이하게 충남형 혁신학교인 행복나눔학교는 100교에서 70교로, 교무행정사 배치는 726명에서 482명으로 축소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하라’며 화광동진(和光同塵)의 겸손을 강조하였습니다. 누리과정 예산 등 첨예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 나름의 원칙과 합리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비예산사업으로 조직문화 개선과 수업 방법의 변화 등 학교혁신을 힘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녹음방초만 짙푸른 여름 들판의 꽃들은 대부분 산속이나 그늘에서 피어나지요. 칠월의 달맞이꽃도 땡볕을 피해 한밤에 피어나지만 개망초는 뙤약볕 아래 여름이 다가도록 우리의 산과 들을 지킵니다.‘아침이슬’ 노래의 한 구절처럼 한낮에 찌는 더위가 나의 시련일지라도 굴하지 않습니다.

이런 개망초꽃도 눈치코치 없이 아무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만 피어난다고 말하는 시인도 있습니다.

개망초 꽃잎을 그늘에 말려 차로 우려내면 약이 된다고합니다. 열을 내려주고 해독작용으로 몸을 다스릴 수 있으며 소화를 도와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한계에 달한 교육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개망초는 없을까요? 과열된 교육열을 식혀주고 대학 서열화의 독을 다스려 줄 수 있는 개망초, 경쟁의 뙤약볕에도 시들지 않고, 학부모와 교사가 어깨 비비며 지천으로 피워내야 할 개망초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국영수 성적으로 학생을 편 가르지 않는 일, 친구를 이기라고 내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청소부와 의사가 하는 일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 인공지능과도 사람의 역량으로 당당히 맞설 줄 아는 학생을 기르는 일일 것입니다.

더 이상 성적으로 학생들을 무시하는 죄를 짓지 말아야합니다. 이들은 15 년 후, 혼자서 서너 명의 노인을 부양할 우리의 보호자입니다.

◈ 덜어내면 더 많이 채울 수 있습니다

예산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감하면서도 학생의 편에 설수 있습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8년부터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생선발 기능이 약화되고 학생부 중심으로 대입제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사의 말에 의하면 선발고사 절차 없이도 공정한 선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가 찬성한 고입선발고사 폐지로 고입업무 간소화와 중학교교육과정 정상화, 학습 부담 경감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교육현장에서 덜어내고 새롭게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함께 궁리하면서 학생과 선생님 편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겠습니다.

◈ 정답이 없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할까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언제나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지요. 기존의 지식이나 성공경험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소통하고 각자의 생각을 모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 마련이 중요합니다.

나 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나 변화 발전이라는 큰 흐름을 만들고 싶을 때는 인간의 태곳적 가치관인 협업이 으뜸이지요. 그 옛날 약하고도 약한 존재인 인류가 협업을 통해 생태계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수업과 생활지도, 민주적 조직문화 조성에 정답이 있을까요? 애초에 정답이 없었기에 정답은 찾을 수 없겠지요. 그럴 때는 마주보며 생각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실행하면서 정답을 만들어 가야할 것입니다. 전문적학습공동체처럼 말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더욱 많아지겠지요. 참학력을 키워줘야 하겠습니다.

◈ 청포도가 익어갑니다

“내 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의 청포도가 떠오르는 7월 1일, 지금쯤이면 학교에도 아이들의 꿈이 알알이 익어가겠지요. 선생님들께선 청포 입고 찾아올 손님을 위해 매일 아침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할테구요.

한글지도 완성과 대입 수시지원을 돕는 교실, 급식과 보건업무, 상담과 행정 그리고 안전한 통학버스 운행 등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1년의 절반을 보내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절 7월입니다. 하지만 자칫 지치기 쉬운 때이지요. 건강에 유의하며 활력이 넘치는 7월이 되길 바랍니다.

/충남도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