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공장이 기업유치인가?
불산공장이 기업유치인가?
  • 이순종 기자
  • 승인 2016.06.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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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이순종 기자
© 백제뉴스

지난해 여름 공주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의 유네스코 등재.

온 거리와 건물 앞에는 유네스코 등재를 환영하는 플랜카드가 손을 흔들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공주는 반대의 분위기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금산 불산 공장에서 대규모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 공장 이전지가 공주탄천산단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얻은 홍보효과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던 공주가, 1년 만에 혐오시설 유치와 함께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불산은 산업용 원자재로서 광물의 제련, 화학물질의 제조 등에 쓰인다. 그러나 제조 과정에서 유출이 일어날 경우 주위 환경과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불산 공장의 유치는 주변 지역의 쾌적성을 훼손시키고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반대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대규모 공장 유치는 수백억에 달하는 투자비용과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도시에겐 고려의 대상이 되어왔다. 금산군은 그런 양날의 검을 움켜쥔 주인공이었고, 그 대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금산군 불산누출 사고가 최근 3년 내 벌써 4번째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 징계와 주의를 약속할 뿐,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고통과 불안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금산군 입장에서는 불산 누출이 지속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지역 이미지가 심하게 훼손당했기 때문이다. 금산은 공주 알밤처럼 인삼재배지로, 수달이 사는 맑은 하천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잦은 사고가 이슈화 되면서 지역 농산물 안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정도로 신뢰도가 하락했다.

금산 연관검색어에 불산이 뜰 정도다.

공주의 이미지는 어떤가. 공주는 예로부터 백제의 숨결을 이어가기 위해 편하지만 큰 시설을, 멋스럽지만 인조적인 것들을 거부하고 역사와 어우러지기를 선택해왔다. 인내와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선택들은 쌓이고 쌓여 역사를 바탕으로 맑고 깨끗한 자연을 품은 도시를 구축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만약 혐오시설을 유치한다면 금산군처럼 치명적인 직격탄을 얻어 맞을 수 있다.

공주시가 불산 공장 유치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770억의 투자비용과 13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금액이 크다고 하더라도 공주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는 사업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공주는 유네스코 등재로 인해 청정도시, 백제문화도시에 이어 관광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아름다운 꽃에는 알아서 나비가 날아든다. 지금은 ‘공주의 꽃’을 피울 때임을 명심해야한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