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던 세종시가 이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던 세종시가 이것일까?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6.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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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 백제뉴스

<세종시는 노무현입니까?>라는 제하로 세종시의회 임상전 의장이 지난 10일 백제뉴스 등에 올라온 기고문은 신도시민들을 바라보는 원주민들의 설움과 원주민들에 대한 신도시 주민들의 혐오감이 그대로 묻어난 글이었다. 양측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바탕으로 헌재와의 싸움 끝에 탄생한 행복도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수정안 추진과 지역민들의 격렬한 원한추진 운동 속에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했고, 원주민들의 투쟁으로 지금의 세종시가 존재하게 됐다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다.

올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기간을 맞아 세종시 곳곳에 「세종시는 노무현입니다」라는 구호가 외쳐졌다. 태생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세종시에 기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젊은 층들의 비율이 높은 만큼 선거에서도, 지역의 정서에서도 이런 감정이 널리 통용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도 어느덧 7주기가 지났고, 세종시민들도 다른 여러 관점을 가진 다양한 시민들로 꾸려지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노무현’이라는 구도만을 여전히 가져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던 가운데 임 의장의 기고를 보게 됐다.

논제 자체는 납득이 간다. 그러나 그걸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원주민들이 평소 신도시 주민들을 바라보는 입장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는 데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 임 의장은 기고문에서 지금의 세종시는 원주민들이 목이 터져라 원안사수를 외치며 삭발투쟁과 단식투쟁을 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연기군 출신도 아닌 그들이 이제 와서 진보의 탈을 쓰고 우상화 작업으로 삼류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의 세종시를 만든 사람들은 연기군민들이고 지금 세종시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그 주민들은 그들이 차린 세종시라는 진수성찬에 단지 밥숟가락만 얹은 사람들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세종시가 도농복합도시로 성장하면서 양측의 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주민들은 세종시 출신도 아닌 시장, 국회의원, 교육감이 진짜 여기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정치한다고 비판한다. 각종 행정기관이 신도심으로 이전되어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정작 수 십년, 몇 대째 살아온 그들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도시 주민들은 자신들이 이주로 인해 늘어난 세수가 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쓰이지 않고 균형발전이란 명목 하에 구도심으로만 끝없이 밀려들어간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대립하면서 중앙공원 문제, 행정구역 명과 신설학교의 교명문제 등에서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일방통행은 그만해야 한다. 과도한 팬심이 안티를 낳는 법이다. ‘세종시는 노무현’이라는 일방적인 도식으로 일부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고 또 정치적인 세력 확장에 악용하는 문구는 그만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반대로 과거의 기득권만을 내세워 주인행세를 하고 과거의 영향력으로 지역의 이권이나 행사하려는 작태도 멈춰져야 한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정치지도자들의 등장으로 정치에 신물을 느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세종시에도 화합의 길을 버리고 분열로 끌고 가려는 지도자들과 세력들이 갈수록 전면에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크다.

표를 얻기 위해 노무현 팔이를 하는 정치인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투쟁하는 말로만 같은 시민들.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고자 했던 세종시가 과연 이런 것이었을지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