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표' 국회이전, 표심인가 진심인가?
'박종준 표' 국회이전, 표심인가 진심인가?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3.2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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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국회이전을 둘러싼 폭풍우가 세종시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이제는 북풍만큼이나 식상한 선거이슈이기도 하지만 지역의 판도에는 그만큼 파급력이 있는 만큼 여당이든 야당이든 군침 도는 카드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당 차원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게시된 20대 총선 공약집에서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적었다. 그리고 실제로 28일에 그것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정작 당일 국회 이전 공약은 없었던 일로 끝났다. 일단은 분원 설치에만 나서기로 축소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는 김종인 대표에 의중이 실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간만 보다 만 셈이 됐다. 충청권에서야 이슈몰이가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표를 잃는 것 또한 불가피한데 더욱이 이번 선거구 조정으로 수도권 지역구가 10석 늘어난 상황에서 득이 될 게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듯했다. 결과적으로 국회 분원설치는 새누리당이 이미 내세웠던 공약으로 새로울 것도, 더 나아간 것도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와중에 도리어 새누리당의 박종준 후보가 국회 본원이전을 주장하고 나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세종시로의 국회 이전은 본인의 핵심 공약이자 국토균형발전의 최대 과제라면서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박 후보는 지난해 말 출마 선언 당시부터 국회 이전 공약을 내세우고 있었으니 일관성은 있는 말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오히려 더민주 쪽에서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사업으로 관습헌법과 국민여론 등에 밀려 다시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 뿐 내심 생각이나마 하곤 있다지만 새누리당에서는 박종준 후보 외에는 그런 입장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일진데 무슨 자신감으로 국회 분원도 아닌 본원 이전을 외치고 다니는지 흥미롭다.

물론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정책 결정도 충분히 따라오는 현 정부의 시스템 덕분(?)에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 후보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해 대통령을 설득해서 대업을 이뤄낼지는 가늠하기 힘드나 현실적으로 청와대에서야 아무리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더라도 국회에 입성하면 이제 겨우 초선의원인 그가 까마득한 선배 및 동기 국회의원 300명이 자리하고 있는 국회를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갖다놓을 수 있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국회이전은 세종시에 굉장히 상징적이고 긍정적인 효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아님 말고’ 식의 空約이 아닌 진정한 公約으로 비춰지기 위해서는 당선만 시켜주면 할 수 있다며 외치고만 있을 게 아니라 선거 전에라도 자당을 움직여 당의 입장이 본인과 세종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게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그의 약속을 표심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