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믿고 '이해찬 대항마' 있을까?
김종인 믿고 '이해찬 대항마' 있을까?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3.1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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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폭주기관차처럼 달린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강공에 야당 최다선의 이해찬 의원이 날아갔다. 이 의원은 즉각 수용 불가를 천명하며 무소속을 선언하고 광야에 나갔다. 강 대 강의 충돌로 단 한 석밖에 없는 세종시가 전국에서 가장 핫한 선거구로 떠올랐다.

‘최다선이 죄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해찬 의원이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얘기는 당내 안팎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본인이 나올 뜻이 없었던 지난 총선에서 당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선거 직전 뛰어들어 지역 맹주 심대평을 꺾고 세종시를 일으켰다는 점은 굳이 지금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말이다. 전에 그런 희생을 했으니 이번엔 세종시가 반대로 그에게 희생을 해야 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본인만이 세종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굉장한 독선이고 오만이기도 하다.

세대교체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올바른 세대교체는 새 인물이 나타나 뛰어난 기량을 보여 자연스럽게 선배를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하는 거지 나이 들었으니 나가라고만 해서 세대교체가 되는 건 아니다.

고인 물이 썩어있다면 새로운 물을 끌어와 깨끗한 물로 정화할 생각을 해야지 물 다 빼내고 놔두면 언젠가 새물이 차겠지 하고 기다리면 될 일이 아니다.

‘친노가 죄냐?’라고 묻는다면 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야당에서 친노가 있고 비노가 있듯이 야당의 지지자 가운데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해서 더불어민주당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더민주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소위 세종시의 집토끼는 누구인가? 지난해 한국갤럽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조사한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박정희-노무현-김대중 순으로 선정됐는데 그 중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20~40대 연령층이 세종시의 더민주 지지층과 거의 일치한다.

세종시를 세운 게 노 전 대통령이기도 하지만, 다른 지역정서나 정치적 성향보다 노 전 대통령의 향수에 젖어 더민주를 지지하는 층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곳이 세종시란 이야기다.

만일 야당과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이 의원의 노회함과 적극적이지 않은 지역 행보로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방식을 통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면 여전히 더민주의 새로운 후보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낙천에 대해 불러서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가지고 나와 상의하자면 그 상의에 분명히 응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컷오프 결정은 ‘미안하지만 죽어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당은 망한다. 하지만 죽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는 없다. 그냥 정무적 판단이다.’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이는 오히려 동정심을 일으켜 이 의원을 돌연 노욕의 정치인에서 독선적 공천의 피해자로 탈바꿈시켰다.

더민주와 김종인 위원장은 세종시에 반드시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당이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과연 누가 이곳에 나설 수 있겠느냐하는 물음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봐도 약한 후보나 아니면 항간의 소문대로 끝내 무공천이 된다면 상대로부터 친노 청산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비아냥을 들을 게 뻔하고 비노 측의 막강한 후보가 나온다면 친노 청산은 역시 공언이었고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맘대로 잘라낸 짜고 친 고스톱이란 얘기가 나올 것이다.

이런 것 저런 것을 다 떠나서 새누리당이야 전통적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표를 얻으면 될 일이고 야당은 또 그렇지 않은 사람의 표를 얻기 위해 뛰어야 하는데 앞서의 설명대로 세종시의 야당 지지층은 거의 친노무현 계열이라고 봤을 때 이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상황에 누구의 표를 얻어 당선되겠다 말할 수 있겠나? ‘야당 지지자지만 친노는 아니고, 혹 친노더라도 이해찬은 싫고, 또 국민의당 지지자도 아니고 그러면서 김종인 비대위에서 전략공천해주는 인물을 지지해줄 사람?’ 정말 난해한 경우의 수다.

이것까지 차치한다해도 현재 분위기는 세종시는커녕 충청권에서도 나설 인물이 보이지 않는데 전혀 타 지역의 세종시를 알지도 못하는 후보가 나온다면 결국 지역조직의 힘을 빌려 선거운동을 해야 할 상황인데, 세종시당 관계자들이 이 의원을 따라 줄줄이 탈당조짐을 보이고 시의원들마저 일부는 탈당, 일부는 출당까지 감수하고 이 의원의 선거를 돕겠다는 마당에 자기 개인기로만 새누리당과 이해찬과 국민의당 후보를 다 이기겠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미 연륜도 있고 전권을 가진 상태에서 이해찬 의원을 직접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 용퇴를 구하는 길이 모양새가 빠지고 친노 청산보다는 흥정으로 비춰질까 우려해 그냥 쳐내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운 인적쇄신의 길은 막혀버렸다.

초강수를 선택한 이해찬 의원은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흥미로운 선거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