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이해찬, '정무적 판단'이 뭐기에
쫓겨난 이해찬, '정무적 판단'이 뭐기에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3.1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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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공천에서 탈락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국회의원. © 백제뉴스

총선을 앞둔 세종시에서는 이해찬 의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세종시를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적통을 이을 수 있는 중진의원이라는 점에서 재출마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젠 젊은 도시가 된 만큼 젊고 열심히 활동할 새로운 인물을 찾는 사람도 있었고, 차라리 여당의 거물이 등장해 세종시에 실질적인 발전을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그들의 공통점은 세종시의 발전과 세종시민들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후보가 뽑히길 원했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총선의 거센 파도는 시민들의 선택 기회를 박탈해갔다. 온갖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무적 판단이 난무한 가운데 이해찬 의원이 결국 공천에서 배제되어 시민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진정으로 원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기회가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4차 공천심사에서 이해찬 의원의 세종시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요청했다. 현역의원에 대한 마지막 발표이자 4·13 총선을 단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이로써 이해찬 의원은 현역 컷오프에 걸려 탈락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친노의 좌장인 이해찬 의원을 그대로 두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과 함께 주장한 친노 패권주의 청산은 요원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관위는 전국적인 판세를 내다보고 본인들의 말대로 정무적인 판단 하에 이해찬 의원을 날렸다는데 그러면 남아있는 세종시민들은 무슨 죄인가? 후보자 등록 시점에서야 당에서 낙점 받고 내려와 전혀 알아볼 시간도 없었던 사람을 뽑아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사태에 대한 사과는 누구한테 받아야 하는가?

지난 주말 돌연 김병준 카드가 나타나 정가를 휩쓸고 갔다. 더민주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책실장과 교육부장관을 지낸 그를 이해찬의 후속 인물로 적합도 여론조사를 해봤다는 소식이다. 이해찬의 후속 카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연관이 있으면서 현재 국민의당 외곽지원을 하고 있어 친노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를 찾아서 돌려봤는데 일단 잔잔한 파도로 지나가는 모양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 논의도 어렵게 된데다 경북 고령출신에 뜬금없는 등장으로 인해 그 여론조사 결과도 좋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더민주의 전략공천위원회와 당 관계자는 14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쟁력이 높은 지역의 의원들을 컷오프해 이들 지역에 대한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이해찬 의원이 컷오프 된 세종시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다. 큰일 났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공천인데 정작 전략은 없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이에 당 전략위는 컷오프 지역의 전략공천을 비대위와 공관위에 넘겼다. 이해찬의 컷오프를 구상한 게 김종인 대표니 수습까지 하라는 말이다.

이해찬 의원 측은 혼란 속에 하루를 보냈다. 시당에서 간부당원과 시의원들이 참석해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 15일 오전 이해찬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입장을 발표하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예정된 선거운동 일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무소속 출마도 강행할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파동 속에서도 명단 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논산·계룡·금산의 이인제 의원을 경선에 포함시켜 출마의 기회를 줬다.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원칙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당선 가능성이라는데 방점을 둔 선택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충청권 인물을 안고 가려는 여당에 비해 충청도 출신 인물들을 버리고 가려는 더민주의 행태는 매우 안타깝다.

유재근 © 백제뉴스

김종인 대표 측에서는 ‘세종시 한 석을 잃더라도 당 전체에 득이 크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도리어 이런 일들로 인해 충청권의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관측이 크다. 당장 지난 11일 박수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이 의원이 나와 “청양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해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그것도 매우 어려워졌다.

시민의 손으로 우리의 리더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지만 이번 세종시 총선은 이미 시민들의 손을 떠났다고 말해야 옳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