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선거, 무모한 도전 막 내린 허철회
SNS 선거, 무모한 도전 막 내린 허철회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3.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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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 백제뉴스

새누리당이 지난 4일 1차 경선 지역 23곳, 단수추천 9곳, 우선추천 지역 4곳을 발표했다. 그 중 경선지역으로 선정된 세종시에서는 김동주, 박종준, 조관식(가나다 순)이 경선후보로 선정됐다. 새누리당에서 세종시 예비후보로 총 4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그 가운데 허철회 후보가 유일하게 예선탈락한 셈이다.

떠들썩한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함께 출마선언을 하는 남들과 같은 선거운동 대신 SNS로 출마를 알리며 ‘스마트 선거혁명’을 이루겠다고 나선 허철회 후보에게는 3가지가 없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인지도가 없었고, MB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다고 알려 현 정권과의 밀접함도 없었고, 젊은 사람이 보수 당 간판을 달고 나와 젊은 층들에게 지지가 없었다.

블로그 등을 통해 그는 그가 살아온 삶과 철학, 그리고 세종시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방안 등을 제시했다. 대부분 장황하고 기사로 옮길만한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만큼 포장 없이 진솔하게 풀어나갔던 부분들이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세종시닷컴에서 직접 본인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며 진보적인 성향의 신도시 주민들의 댓글에 일일이 대답하며 본인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예전 어르신들이 야당은 다 빨갱이라고 했던 말이 싫었다면서 같은 이유로 새누리당은 다 나쁜 놈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설득하며 새누리당의 실정을 비판하는 누리꾼에게는 대신 사과의 말과 함께 본인이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표현도 해가며 현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새누리당만 아니면 한 표 드리고 싶다.’, ‘예선만 통과하면 무조건 찍어주겠다.’, ‘새누리당은 명령대로 움직이는 당인데 뭘 바꿀 수 있겠느냐.’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종시 경선후보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서른여섯 젊은 정치 지망생의 도전은 끝나게 됐다. 그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본인 블로그를 통해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깨끗하게 받아들겠다는 입장과 함께 ‘30대 국회의원의 꿈은 사라져가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순수한 마음은 끝까지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그렇지만 대전·충남·세종 지역에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젊은 지망생들이 더러 있다. 물론 이들 중 대부분이 아직 설익은 정책이나 정치적인 스탠스를 보여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지만 몇몇 후보는 이번에 꼭 잘 되었으면 싶거나 설사 이번이 아니더라도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게 하는 설렘을 보여주고 있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게 자유이듯 환갑을 넘은 이해찬이 강성진보로 불리는 것처럼 젊은 신인이 보수진영의 후보로 나서는 것 역시 자신의 성향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세력몰이에 열을 올리고 전통적인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구도심에서 살다시피 집중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했고, 이에 반해 여당의 후보가 SNS로 젊은 층과 소통하는 것은 뭔가 맞지 않는 옷으로 보이면서도 신선함을 주었다.

세종시의 발전을 위한다는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분명 다음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또 그게 반드시 국회의원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얕은 생각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앞으로가 되길 예비후보자였던 그에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