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유성 갑" 볼썽사나운 새누리당
"너도나도 유성 갑" 볼썽사나운 새누리당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1.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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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 백제뉴스

대전 지역에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 목소리가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누리당에서는 내심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전지역 6개 지역구 가운데 유독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의 여론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더불어민주당의 현역의원을 피해 나갈 궁리만 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강력한 이슈 지역이 3선 이상민 의원의 유성이다. 분구가 유력한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는 이 의원이 유성 ‘을’에 나갈 것이라 가정하고 서로 이 의원을 피해 갑으로 나가겠다는 후보자들의 전쟁으로 시끄럽다.

문제의 핵심은 민병주 의원이다. 이화여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여성과 과학계 출신을 등에 업고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등원한 민 의원은 재작년 4월 유성 당협위원장에 오르며 20대 총선 지역구 출마의 의지를 확고히 해왔다.

새누리당의 유성구의회 의원들이 이달 초 민 의원의 유성 ‘갑’ 출마를 요구하면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민 의원이 굳이 이상민 의원과 붙어 패하느니 유성 갑으로 나가 당선되어 유성의 20년 야당 독주시대를 끝내달라는 주장이다. 이 때만 해도 민 의원은 분구 여부와 상관없이 유성에 나가겠다는 말만 했지 어디로 나가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는 상태였다.

획정 예상지역을 살펴봤을 때 유성 ‘갑’은 상대적으로 구도심인 온천, 원신흥, 진잠, 노은 1동이, 유성 ‘을’ 지역은 대덕 연구단지가 위치한 전민동, 신성동, 관평동과 신도심인 노은 2,3동이 자리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과학계 인물인 민병주 의원은 유성 ‘을’이 본인과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맞다.

상황이 이러니 유성 ‘갑’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은 당연히 발끈했다. “과학계를 대표해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19대 국회에 들어간 민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갑’지역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선당후사의 정신은 물론 유성구민과 대전시민을 기만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민 의원이 가진 대전(유성)과의 인연은 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력뿐인데 이마저도 내팽겨 치고 ‘갑’ 지역으로 나와서 유성의 딸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을 넘어선 기만행위”라고 비난했다.

민 의원은 이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지역구 사무실을 유성 ‘갑’ 지역인 장대동으로 옮겨 사실상 이곳의 출마를 선언한 셈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새누리당에선 김신호 전 교육감까지 유성 ‘갑’에 발을 담그는 모양새를 보여 파장이 더 커졌다. 대전교육감 3선의 김 전 교육감은 대전 지역 출마를 노리는 여당 인사들 가운데 가장 새로운 인물로 알려져 왔고, 최근까지도 출마지역은 밝히지 않았지만 대전에서 총선에 나가 새누리당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던 인물이다.

그런 김 전 교육감이 지난 12일 입당과 함께 유성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 당시엔 아직 ‘갑’인지 ‘을’인지까진 중앙당과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선거출마자가 선택하는 것은 어디 사는 것이 최대의 명분”이라고 말해 본인의 주소지가 있는 ‘갑’ 지역구로 나가고 싶다는 의지 표명을 한 셈이 됐다.

결국 누군가는 ‘갑’에 누군가는 ‘을’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지역민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소리치고 있는 정치인들이 고작 예비후보의 신분에서부터 국민과 지역민보다는 본인의 안위, 당선 가능성에만 치중하는 모습은 분명 보기 좋지 않은 그들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