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 임상전 의장의 신개념 독선
세종시의회 임상전 의장의 신개념 독선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5.11.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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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유재근
세종시의회 임상전 의장. © 백제뉴스

신개념 독선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갖고 나온 의견들을 시의회 의장의 이름으로 막아낸 게 벌써 몇 차례인가. 노(老) 의장의 독선으로 여론이 분열되고 행정이 낭비되고 선량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이 휘청거리고 있다.

세종시 고교평준화 도입에 대해 조사 대상 중 76.7%의 찬성여론이 나온 가운데 임상전 세종시의회의장이 의장 직권으로 조례안 본회의 상정 보류를 시사하면서 격랑에 휩싸였다.

세종시교육청이 고교평준화 도입을 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게 지난 10월이었다. 세종시 소재 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교 1·2학년 학생,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세종시 각급학교에 근무 중인 교원과 학교운영위원, 세종시의회 의원 등 1만 2여 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사실상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나왔고, 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개정조례안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임 의장이 돌연 “교육청의 많은 과제 중에 굳이 고교평준화를 서둘러 추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조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의장의 입장 표명에 따라 평준화에 찬성했던 학부모들은 의장이 대체 뭐기에 여론조사까지 끝난 사안을 자기 맘대로 막아서냐며 반발하고 있고, 반대했던 학부모들은 의장의 반대를 등에 업고 이참에 평준화 추진을 무마시키자는 식으로 나서고 있어 싸움만 더 확산된 꼴이 됐다.

임 의장의 독선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성남중학교의 교명변경 문제 때도 해당 학교구성원들의 민주적 절차에 의한 교명변경을 추진했으나 임 의장이 조례안 상정을 보류해버려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기존 교육의원제 폐지로 인해 일반 시·도의원이 교육위원을 포괄하게 되면서 전문성이 결여되고 교육이 의회에서 정치적 활동에 치우칠 것이란 우려가 교육계에서 있었던 가운데 세종시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고교평준화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이 닿아있는 신도심 지역의 학부모들은 면 지역(금남면) 출신의 임 의장이 자기 지역의 유불리 때문에 신도심의 교육정책을 맘대로 흔들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임 의장은 자신이 막아섰던 각기 사안에 대해서 꾸준히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성남중 사태 때는 기존의 성남중학교가 폐교되면서 신도심의 새로운 학교 중 한 학교의 이름을 성남중으로 명명해 명맥을 이어가게 하겠다는 성남중 동문회와의 약속을 들었고, 평준화 때는 아직 학교가 10여 개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시기상조론을 내세웠다. 70대 의장의 눈에는 세종시의 교육행정이 너무 급진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다만 시민들이 담론을 하는 과정에서 먼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여론을 설득하려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논의를 다 마친 상태에서 마지막 관문에 서 있는 의장이 앞선 모든 절차를 막아선다면 시민들은 좋게 판단하기 힘들다. 본인은 그게 의장으로서 정당하고 적법한 권한행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시민들의 감정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