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에 손 내미는 세종시, 그 행간
박수현에 손 내미는 세종시, 그 행간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5.11.08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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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 백제뉴스

그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정계은퇴를 선언한 정치인이 돌아와 대통령도 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던 도지사는 서울에서 300km도 더 떨어진 지방에서 총선출마를 선언하는 소설 같은 곳이 정치판이다.

세종시 일각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박수현 세종시 출마설에 대한 행간을 살펴보자.

# 세종시의 일방적인 여론 흘리기?

몇 주의 시차를 두고 몇 개의 언론에서 박수현 의원의 세종시 출마설에 관한 보도를 내보냈다. 흥미로운 점은 세종시발(發) 언론에서만 그런 보도가 나온다는 점이다. 아직 중앙지나 공주 쪽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세종시, 혹은 세종시의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은근히 여론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해찬 현 의원은 여전히 출마 의지가 있고 당선 가능성도 높은 편이지만,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벼랑 끝 상황에서 이해찬 의원 쪽이 출마 포기를 하든, 당내 역학구조 상에서 시련을 당하든 불출마의 상황은 그들 입장에서 아찔하다. 새누리당이 벌써 4~5명의 후보군을 내세우며 총선의 붐을 일으키는 반면 새정연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 뒤집히는 건 시간문제다.

극단적으로 이해찬 의원 쪽 입장에서도 끝내 자신이 나오지 못하는 시점이 된다면 다른 계파의 엉뚱한 사람이 자리를 잡는 것보다 박수현 의원이 세종시에 자리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이미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 비상식적인 선거구 획정으로 상실감 얻는다면

하지만 정작 박수현 의원은 공주시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타 시도와의 선거구 통합이 확실시해 보이는 현 상황이 불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부여도 열심히 다닌다는 걸로 보아서는 부여까지는 해볼만 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문제는 기존의 공주, 그리고 여기에 부여, 또 청양. 심지어 서천까지 합구되는 경우다. 부여에 크게 양보해서 청양까지는 인근이니 도전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박수현 의원이지만 서천까지라면 다르다. 공주가 충남의 동쪽 내륙지역이라면 서천은 서남단의 해안지역으로 지역권도 생활권도 전혀 다르다. 박수현 의원이 당내 갈등을 표면에 세워 불출마 운운했던 게 바로 서천까지의 선거구 획정 설이 나돌 때였다. 민의를 반영하기 너무 어려운 선거구가 나온다면 농촌지역 외면에 대한 반발로라도 차라리 먼저 불출마 카드를 꺼낼만하다.

# 세종시민들의 지지와 전략공천

세종시민들은 박수현 설의 보도에 대해 환영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세종시가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를 모두 새정연 출신이 잠식하고 있고, 교육감도 진보인 야당의 텃밭처럼 됐지만, 시민들은 특히 이해찬 의원에 대한 불만이 많다. 지역 일을 너무 안 한다는 불만이다. 이런 부분에서 각종 평가에서 우수 의원으로 선정되고 있는 박 의원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바로 내일 총선이 진행된다면 박 의원이 공주에 출마하는 것에는 의심이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앞으로 너무 변수가 많다. 선거구 문제로 박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는 와중에 이해찬 의원이 세종에서 불출마를 선언해 세종시가 사고지역구로 편입되면서 전략공천에 들어가게 된다면, 새정연은 박수현을 세종시로 보내고, 대신 공주·부여·청양·서천엔 나소열 충남도당위원장을 투입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충남도당 세종시특위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박 의원에게도 나쁜 미래는 아니다. 지금은 아무리 잘해도 매 선거마다 아등바등해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세종에서는 지금처럼만 한다면 공주보다는 충분히 재선은 물론 3선, 4선 이후까지 탄탄대로를 달릴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더 높다.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더 좋은 미래로 갈아탈 수 있다.

그래도 초선이고 공주에서 나가겠다고 밝힌 사람이니 당장이야 여기저기 쟤는 모양새를 보일 필요도 없고, 만에 하나라도 이해찬의 자리를 넘보는 사람으로 보여 부정적 이미지를 살 필요도 없으니 소설 같은 얘기로 치부하고 있지만, 당의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나간다는 쪽으로 정리가 된다면 공주와 세종시민들 모두에게 어느 정도 명분도 쌓고, 실리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박수현 의원도 내심 이참에 소설책이라도 한 권 집필해보고 싶을 생각이 떠오를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이 글처럼 아직까지는 가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