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푸드트럭의 성공, 깊어진 고민과 갈등
세종시 푸드트럭의 성공, 깊어진 고민과 갈등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5.11.0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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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유재근
유재근 © 백제뉴스

세종시에서 지난 주말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제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정작 시민들에게 가장 관심을 끌었던 행사는 행사장 옆 호수공원 수변광장에서 열린 세종 푸드 페스티벌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푸드트럭들이 광장 안에 긴 원을 두르고 펼쳐진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그곳을 찾아 먹거리를 즐겼다. 주최측은 4일 동안 6만 여명이 찾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푸드트럭이 야당 천지의 세종시에서 빛을 보았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하다. 어쩌면 규제개혁의 상징으로만 내세웠지 정작 각종 규제의 늪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해 발버둥 치던 일을 떡하니 해낸 게 대단해보이기도 하다.

일단 아무리 좋은 축제라도 결국엔 먹거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딱히 지역 특산물이 곁들여진 음식이나 전통 메뉴를 내놓을만한 게 없었던 세종시로써는 이번 행사의 성공이 매우 반갑기만 하다. 3회를 맞이한 지방자치박람회는 박람회대로 품격을 높이며 광역자치단체장이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이기도 한 이춘희 시장을 지방자치의 아이콘으로 손꼽히게 했으며, 일반 시민들은 푸드트럭에서 나오는 양질의 인기메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 평의 꿈이라고 말한다. 아이템 하나만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푸드트럭에 대한 창업인구의 관심도가 높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돈을 들여 상가를 내고 영업하는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 세금 문제, 위생 문제, 그리고 각종 교통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고, 단순히 냄새나고 시끄럽고 찻길에서 위험하다고 싫어하는 주민들도 많다.

세종시에서의 푸드트럭은 다른 지역과 조금 다른 의미로 발전돼 왔다. 신도시의 태생적인 한계로 갑자기 많은 인구들이 유입됐지만 음식점 등 그에 따른 편의시설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서 그런 시민들의 허전함을 이동성이 좋은 푸드트럭이 파고들었다. 세종시 신도심 전역에 곱창차, 츄러스차, 족발차, 낙지차, 순대차, 튀김차 등이 요일과 시간을 정해 각 마을을 돌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떤 차가 지금 어디 있느냐는 게시글들이 속출했고,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만족도를 떠나 결과적으로 불법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처음에야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았지만 상가들이 제법 갖춰진 뒤에는 문제가 될 요인이 컸다. 한산했던 길에 차량의 흐름이 많아지면서 교통을 방해한다는 민원도 많아졌다. 위생 수준을 그들이 자발적으로 높인다 하더라도 이런 문제까지 사라질 수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가 지난 6월 푸드트럭 정식 도입을 결정하고 7월 공모를 시작해 한 업체를 선정하여 최종 허가를 내줬다. 이번 페스티벌에도 참가한 업체다. 정부의 규제개혁 요구에 시의 뒷받침이 더해진 가운데 가뜩이나 임대료가 높기로 유명한 세종시 기존 상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건이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는 세종시의 몫으로 남았다.

이번 페스티벌의 성공으로 세종시의 푸드트럭 사업에는 한층 가속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반면 뒤이을 고민과 갈등을 생각한다면 숙제는 한 다발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