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박종준, 4년 전 패배전략 또 쓰나?
'우물쭈물' 박종준, 4년 전 패배전략 또 쓰나?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5.10.11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백제뉴스

박종준 전 경호실 차장이 드디어 사표를 던지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청와대에서 나랏일을 하면서 말을 아끼는 와중에도 20대 총선에 출마를 하겠다는 뜻은 강력했지만, 정작 내려와서는 아무런 포부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전·현직 참모가 최대 16명이나 출마를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 5일 청와대가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차장 단 2명만의 사퇴를 발표하고 추가로 떠날 사람은 없다고 하면서 박 차장의 입장에선 덕분에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든 뉴스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청와대가 떠나는 그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준 셈이다.

하지만 정작 당당하게 출마 선언을 하지 못한 채 뭔가의 눈치를 보는 인상이다. 확 떠오를 기회를 놓쳤다. 공무를 보느라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핑계도 통하진 않는다. 지난 총선 패배 후 경호실 차장으로 간 게 다음 선거에 재도전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지, 경호실에서의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난 게 아니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4년 전 경찰청 차장 자리를 던지고 새벽 기차를 타고 내려와 19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휑한 선거사무실에 취재를 나가 그를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당시 무소속으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했던 그에게 기자들이 어느 당을 선택할지를 물었을 때 그는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에 합당한 당이 어딘지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사표는 던지고 출마 선언은 했지만 당선에 어느 당이 유리할진 좀 더 지켜보겠다는 투였다.

4년이 지난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또다시 사표를 던지고 왔지만 이번엔 어디로 나갈지 모르겠단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굳이 예상을 해보자면 이미 지난 총선에 발을 담갔고, 청와대로 불려가기 직전까지 당협위원장을 지냈던 공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깊으나, 여러 정치적 논리 때문에 세종시로 나설 것을 권유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은 가능하다.

청와대가 정진석이 있고 이완구가 있는 공주·부여 지역에 박종준을 꽂기가 힘겹다는 뜻이다.

이완구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친박 실세로 총리를 지냈고, 정진석은 MB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지만 당시 박근혜 대표의 추천으로 자리에 올라 이명박과 박근혜의 회동을 이끈 장본인으로 비화가 남아있을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임이 있다. 결국 청와대가 박종준 차장을 세종시로 밀고 있을 개연성은 있다.

문제는 민심이다. 민심은 박 전 차장이나 청와대의 속 깊은 의중엔 관심이 없다. 당선 가능성을 보고 기회주의적으로 쟤고 있는 사람으로밖에 보지 않을 거란 말이다.

박 전 차장의 사의 기사가 나온 이래로 주요 언론사들이 세종 쪽으로 치우친 기사를 많이 내는 것으로 보아 위에서는 그렇게 정리를 하는 모양인데, 세종시 시민들은 뜬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역에서는 인지도도 낮고 열심히 활동해온 사람도 아니다.

만일 그런 그가 이렇게 좌고우면 한 상태에서 세종시 공천을 받는다면 청와대가 자기들 맘대로 찍어서 내려 보낸 사람으로 치부할 것이다. 세종시는 선거 공보물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앞세워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박종준 차장은 일단 내려와 본 뒤 고향을 들러 여론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장군면이 선거의 요충지도 아니고 그 작은 지역의 어른들을 통해 공주든 세종이든의 여론을 바라본다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야말로 시간 끌기 식 입장표명에 불과하다.

빨리 입장을 밝혀라. 4년 전의 간보기 식 전략을 똑같이 들고 나와 또 같은 결과를 얻고자 함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어디의 눈치도 보지 않은 본인만의 확실한 의사표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