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퇴진요구 받은 이해찬, 세종시의 미래는?
사실상 퇴진요구 받은 이해찬, 세종시의 미래는?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5.09.25 16: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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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마치 고려장을 눈앞에 둔 노파를 보는 듯하다. 이해찬 의원의 입장엔 결국 그 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남들이 다 자기 살 길을 찾기 위해 아우성을 칠 때도 그저 숨죽이고 눈에 안 띄도록 가만히 몸을 숨겼지만, 혁신의 칼날이 숨조차 쉬고 있지 않은 그에게 칼끝을 겨눴다. 제 발로 가긴 싫지만 그렇다고 안 가겠다고 큰 소리도 칠 수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졌다.

김상곤 발 혁신위가 결국 이해찬의 실명을 거론하며 열세지역에 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 측은 세종시 자체가 이미 사지라며 텃밭 관악을을 버리고 세종시로 출마한 그에게 또 다시 다른 곳으로 가라는 소리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이해찬 의원 측 주장이 잘못되진 않았다. 실제로 관악을에서 5번이나 내리 당선됐던 이 의원은 지난 18대 때 불출마했다가 19대 들어서 세종시에 선거구가 생기자 상징적으로 출마를 선언해 지역 원로 심대평 의원을 제쳤다. 지금이야 세종시에 젊은 인구가 많지만, 당시엔 보수적인 구도심 인구가 훨씬 많은 상황이었다.

이해찬 의원 측이야 억울할 것이다. 이해찬 뿐 아니라 다수의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 출신들이 살신성인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그 사람들이 소위 다 쉬운 지역에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세종시의 이해찬과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전 대표는 이미 어려운 지역에 솔선수범 나가 당선된 원로들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어오고 얼마 전에는 친노진영의 최인호 당 혁신위원이 ‘총리님의 한 석보다 우리 당의 열 석이 중요‘하다며 용퇴를 대놓고 얘기하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들었다.

결국 제대로 된 혁신안이기보다는 정치적인 혁신안이라는 점을 그들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이해찬 의원이 다시 한 번 세종시에 나와서 당선되는 것보다 차라리 안 나와서 혁신안의 가치를 빛내주는 편이 혹 세종시를 잃더라도 전체 스코어 상에 유리하다는 의미니 말이다.

세종시 주민들의 의견은 갈린다. 야당에 이만한 국정경험과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냐며 안타깝다는 사람과 그간 지역의 이슈에 너무 무관심했다며 차라리 젊고 자신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줄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들 모두 이해찬 외에 그럼 누가 야당 후보로 나와야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유한식 전 세종시장 같은 노장부터 김동주 전 변호사 같은 신예까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새정연에서는 유재호 전 충남교육청 감사관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세종시만 놓고 본다면 ‘이해찬이 빠지고 유재호가 야당 후보로 나오는 게 혁신인가? 오히려 새누리당 후보들만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란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친노들을 위한 혁신안이란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으며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인지라 친노계의 좌장이라 불리는 이해찬 의원은 정작 혁신안에 화가 나도 화를 낼 수 없는 현실이다. 그에게 적진으로의 출마 요청은 사실상 퇴진요구라는 것 또한 그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해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니 그보다 세종시의 미래는 이제 어찌될지. 앞날이 미궁 속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