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못 받는 인사청문회, 반성해야
줘도 못 받는 인사청문회, 반성해야
  • 유재근
  • 승인 2014.08.17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객원기자 칼럼>유재근
유 재 근

지역 공병대대장 출신의 박남일 ㈜백상 회장이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도시개발공사 출신도 아니고, 군대에서 공병을 전공으로 했다는 것 외에 그 분야에 특별한 전문성이 있는 사람도 아니어서 보은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의 낙하산들이 그러하듯 논란만 있었을 뿐,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 책임론이 있어야 한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논공행상으로 점철됐던 기관장인사를 내실있게 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그 첫 대상자였던 이번 도시개발공사 사장부터 파행이 이어졌다. 시장은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를 내정했고, 시의회는 인사청문회라는 좋은 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해 줘도 못 받아먹는 인사청문회가 됐다.

중앙에서 대통령이 내정을 하고 의회가 청문회를 하듯 지명은 시장이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시의회가 한다. 그런 점에서 시장이 인사청문회를 하라 마라 할 권리는 없다. ‘월권’이라는 말도 하지만 이는 준비되지 못한 시의회의 핑계일 뿐이다. 밥상을 차려줘도 떠먹을 형편이 없는 자신들의 부족한 능력을 반성해야 한다.

물론 중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 인사청문회 시스템도 반발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업무능력, 전문성보다는 도덕성 결함과 같이 손쉽고 자극적인 부분을 파헤치다보니 인사검증보다는 창피주기로 전락했다는 평도 많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평가에 앞서 인사청문회로 인해 많은 낙하산 인사와 사회적 문제를 지닌 자들을 걸러내는데 긍정적인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이런 인사청문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 됐다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아니 된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대전뿐만 아니라 제주와 경기, 전북 등에서도 지방의회를 통한 인사청문회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 군데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 곳이 없다. 역시 지자체장이 내세운 공약 밥숟가락에 지방의회가 제대로 떠먹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 명의 시의원과 교수, 한 명의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져 청문회라기보단 간담회 수준으로 열린 이번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 청문회에서 박남일 내정자는 유성터미널 사업, 오월드, 도안호수공원 조성 등 지역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거의 일반인 수준의 준비되지 않은 이야기만 늘어놓았지만 14일 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이러다 지방의 인사청문회가 견제는커녕 지자체장의 전횡에 대한 면죄부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

/본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