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의 진실
출판기념회의 진실
  • 유재근
  • 승인 2014.02.18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유재근
유재근

18일,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선행학습 금지법이 교육위를 통해 통과됐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고 애쓰지 말고 초등학생은 초등학생답게, 중학생은 중학생답게 과도한 사교육 말고 공부 하잔 얘기다.

교육뿐이 아니다. 국민들은 기득권의 병폐, 특히 기성 정치인들의 병폐로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상태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신인들 역시 발전 없이 그들의 잘못된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놓고 정치권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 내부에서는 ‘우리만이라도 공천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정치선진화, 선거선진화 방안으로 쉽사리 언급하지 못하고 있는 게 출판기념회 폐지다.

헌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정치인들이 한 방에 한 몫을 챙기는 방법으로 출판기념회가 각광받고 있다. 행사를 통해 걷힌 모금액의 회계보고나 세금납부가 전혀 없다보니 정치인들에게는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모금의 주요 창구가 됐다. 국민적인 여론에 부정적으로 비쳐지면서 출판기념회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곤 하지만, 공식적으로 시행되기 전까진 줄어들 기미조차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제는 지사 선거, 시장 선거, 심지어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까지 출판기념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 좋은 건 참 잘도 배운다.

물론 정치적으로 보여준 게 없어 의정보고서 같은 것마저 낼 거리조차 없는 신인들에게는 책 발간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나 가치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목적이 전도되어 출판이 아닌 정치자금 모금, 세 과시가 주 목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앞세워 목 좋은 장소를 찾아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는데, 과연 그곳에 찾아오는 귀빈들, 즉 정치인들이나 지인들, 미리 잘 보여 두려는 업자들이 그 사람의 그 책에 관심이 있어 온 것인지 의문이다. 솔직히 책 내용은 읽지도 않을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백제뉴스에 보도된 책들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봤다. 등록조차 안 된 책들이 절반을 넘는다. 일선 동네 책방에서는 두 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그 책은 그날 그곳이 아니면 구경도 하지 못할 책이란 소리다. 곧, 출판기념회가 무의미한 일회성 행사라는 방증이다.

초대를 받은 적도, 굳이 찾아가고 싶은 맘도 없었으니 어디서도 책을 구할 수 없었던 필자는 얼마 전 백제뉴스를 통해 출판기념회를 거친 한 인사의 책을 구했다. 한 번 읽어보고 평소 언행과 비교해 진실성을 따져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책에 대한 느낌을 단 한 줄도 적을 수 없었다. 물론 필자의 판단과 글재주가 미력하단 문제도 있었겠지만, 동의도, 반박도, 어떤 언급도 할 수 없을 만큼 내용자체가 부실했다는 뜻이다.

독일의 대 문호 괴테는 그의 역작인 파우스트를 집필하는데 무려 60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출마만 한다고 하면 뚝딱이다. 겉으론 출판, 속마음은 딴생각에 잠겨있는 정치인들이나 신인들이나 모두 한심하기 그지없다.

/본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