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속 명함정치
쓰레기통 속 명함정치
  • 유재근 객원기자
  • 승인 2014.01.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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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유 재 근

마을잔치, 단체모임, 시상식, 총회, 기념회.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는 그들이 있다. 남들과 다르게 정장을 입고, 모두가 친목을 나누는 가운데 어딘지 모르게 낯선 분위기의 사람이 등장했다 싶으면 여지없다. 이 출마 예정자들은 얼굴을 마주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악수부터 하더니 악수가 끝나기 무섭게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네는데, 바로 명함이다.

지방선거가 어느덧 네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공식적인 선거활동 기간도 아니고, 각 당의 공천도 치러지지 않은 가운데 간단한 인사와 명함 돌리기밖에 허용되지 않은 시점이라 선거를 향해 뛰는 사람들은 나름 최선의 방법으로 한다고 하는 일이겠지만, 정작 중요한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과연 최선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전라도냐 경상도냐의 지역주의 구도를 떠나 이제는 진보냐 보수냐의 이념논쟁까지 치닫고 있다.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서로가 손을 맞잡을 틈도 없이 우리 편, 아니면 적으로 돌려버리는 지금의 정치에 ‘통합’이란 구호는 꿈같은 소리로 들릴 지경이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새 정치에 대한 시민의 갈망이 높다. 때로 그게 무엇인지 실체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장 선거에 뛰어든 십 여 명의 후보자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들 대부분이 지난 시간동안 항상 공주를 생각해왔다고 말은 하지만 미안하게도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일부 몇 몇을 제외한 모두가 새로운 인물이다. 그들이 일평생 공주에 대해 항상 무엇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도무지 우리가 그걸 확인해 볼 길이 없다.

그들은 스스로가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새 정치, 새 시정을 열어갈 적임자라 주장할 것이다. 물론 이를 부정할 수만은 없다. 기본적으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지금의 후보자 난립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이 새 정치를 한다는 보장 또한 그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명함이나 들고 온 낯선 인물, 선거철만 되면 소위 떴다방처럼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뜨내기 후보로밖에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입신을 꿈꾸는 자, 특히나 정치신인들에게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만나고 인사하는 게 분명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당일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는 오로지 한 명밖에 투표할 수 없다. 나와 악수를 했는지 아닌지가 요건은 아닐 것이다. 출마 선언 이전부터 지역의 발전을 위해 양지에서, 음지에서 땀을 흘린 사람. 명함으로 얼굴을 알리지 않아도 이미 그 사람의 그 얼굴 자체가 명함이고 지역발전의 보증수표인 사람. 그 이름의 옆에 빨간 인주가 찍힐 것이다.

이들이 멍하니 기계적으로 진지한 의미 없이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행사가 끝난 후 우연히 발견한 뒷켠의 쓰레기통엔 이들이 뿌리고간 그들의 얼굴이 박힌 명함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이곳에서 보여준 진정성이 그러하듯 그들에 대한 시민들의 이미지 또한 그저 쓰레기통 속 명함정치꾼일 뿐이었다.

/본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