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가 얼마나 일을 잘 했길래
공주시가 얼마나 일을 잘 했길래
  • 유재근 시민기자
  • 승인 2013.12.2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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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유 재 근
얼마 전 끝난 공주시 행정사무감사 및 2014년 예산심의에서 공주시의회가 단 1,000만원의 삭감만으로 원안을 사실상 그대로 통과시켜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한 해 공주시에서 벌인 일들에 대해 평가하고 내년도 추진 예정 사업의 승인 여부를 심의하는 공주시의회가 아무런 이견을 내지 못할 정도로 공주시에서 준비를 너무 잘 했나보다.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대자보가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시민을 대표해서 공주시를 감시하고 감독하라고 뽑아준 사람들이 공주시가 하고 있는 일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하고 하려는 일에 아무 제동도 걸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니 우리 공주 시민들의 삶은 굉장히 안녕해야 하는데 현실은 어떤지 모르겠다.

‘기초의회 무용론’.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 폐지에서 더 나아가 기초의회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기초의회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세금에 비해 역할이 미진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에 대해 최근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은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 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광역단체 내의 기초단체는 사실상 생활권이 같은데 각 자치구마다 분권제를 하다 보니 행정이 중복되고 낭비된다는 게 지방자치위원회의 분석이다. 일단은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게 계획대로 된다면 다음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안 봐도 뻔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 말살’이라는 강력한 어조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지만 정작 시의회가 왜 필요한지 몸소 보여줘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폐지의 이유를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다.

이번 예산안과 관련해 공주시의회의 이창선 부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심하다’, ‘난 50억 4천만원의 삭감을 주장했는데’, ‘표로 심판해야’라는 말로 동료들을 질타했다. 본인 눈에는 분명 잘못된 게 보였고, 그걸 가만 내버려두는 동료 의원들의 잘못이 눈에 보였나보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그 회견 자체도 똑같이 안타깝다. 끝내 예산안은 통과됐고, 결국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시의회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눈에 잘못이 보였으면 동료의원들을 설득해서라도 자신과 뜻을 함께하도록 노력해봤어야 했다.

공주시의회 내에서 다른 10명의 시의원이 여당이고 본인 혼자 야당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잘 하려 했는데 남들이 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식의 표현 역시 적절해보이지는 않는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또 자신이 시민의 눈과 귀가 되겠다며, 시민을 대표하는 감시자가 되겠다며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이미 내년 6월 4일로 가 있는지 당장 눈앞의 예산안을 감시할 시간은 없었나보다.

아니면 정말 공주시가 흠 잡을 수도 없을 만큼 일을 잘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