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띄우면 공주시장 시켜줍니까?
얼굴만 띄우면 공주시장 시켜줍니까?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3.11.07 17: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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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유 재 근

매일 아침, 인터넷 즐겨찾기를 통해 들어오는 백제뉴스에는 날이면 날마다 시장 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의 소식들로 줄을 잇고 있다.

처음 몇 번에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공주를 발전시키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포부가 흥미롭고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날이 지나고 이게 열 명을 훌쩍 넘어가고 그 이상이 되면서 이제는 황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게 뭐하자는 건가 싶을 정도다.

재선에 성공했던 이준원 현 시장이 차기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지 5개월여가 흘렀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1년여를 남긴 시점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이른 선언이 아니었느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 시장은 다음 선거에 나설 주자들에게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이 이 시장이 생각했던 대로 흐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도권 내로의 진출을 꿈꿨던 인사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안정적인 지지를 받던 현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현재는 마땅한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일단 숟가락을 얹어보겠다는 자세는 부적절하다.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해본 게 아닌지라 그들의 청사진까지 꿰뚫고 있진 못해 아쉽지만 기사를 바탕으로 판단해보자면 ‘공주를 백제의 역사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다’던지, ‘강남북의 격차를 해소해야된다’던지, ‘세종시 출범으로 인한 세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던지 이들은 공주 시민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원론적이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다.

물론 지역에서의 활동이 많았고, 인지도가 높은 사람만이 시장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이런 표현 자체가 이들 스스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출마 선언만 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인 셈이다. 적어도 공주시 핵심 사업들에 대한 발전방안이나 시장을 노리는 사람으로서 현 시장의 잘 한 점과 그렇지 못한 점의 분석 및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조차 밝히는 사람이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포기, 일부는 유력후보 지지선언 등의 방식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등장에 관심을 갖고 또 특정 인물에게 호감을 표했던 시민의 정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특히나 단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집권여당의 후보 자리를 염두에 두고 나섰다는 것도 실망스런 일이다. 본인이 공주시장으로 출마할만한 그릇이 되는지, 또 당선에 필요한 지지세가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숙고도 없이 일단 공표만 해놓은 채 되면 좋고, 만일 되지 않더라도 양보의 미덕(?)을 세우는 척 하면서 다른 직책 따위를 콩고물로 얻자는 불순한 생각을 갖는 사람은 없는지 우려스럽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제 고작 7개월이 남았음에도 정당공천제가 유지될지 폐지될지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지의 여부도 미지수다. 여기에 변수를 생각하는 인사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정당공천제가 유지된다면 여당에 뜻을 갖고 있다가 당을 나와 무소속을 택할 수도, 이념이 다른 신당을 택할 수도 있다. 이것 또한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공주시장 선거 분위기는 마치 버려져 있는 땅이 개발예정지가 된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일단 가건물이라도 하나 지어보겠다고 나타난 뜨내기들의 소굴로밖에 안 보인다. 그저 얼굴 알리기로의 방식이 아닌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세와 준비된 정책을 공주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주자들로 후보군이 추려지길 기대해본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