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에, 국립대에 어찌 이런 교수가
공주대에, 국립대에 어찌 이런 교수가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3.09.23 14:1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유재근
유 재 근

공주대가 시끄럽다.

내부에선 수당삭감에 대한 직원들의 농성과 교명변경 논란에 휩싸여 내홍이 심각하다. 그러나 국가적으로는 다른 문제 때문에 공주대의 이름이 언론들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바로 역사 교과서 사건이다.

친일·왜곡·표절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역사 교과서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최초에는 자료사진의 불분명한 출처 표기 등이 논란의 주요 사안으로 여겨지더니 점점 역사 왜곡과 이념 전쟁으로 치달으면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대표저자 중 한 명인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이명희 교수가 있다. 뉴라이트 계열로 알려진 이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대부분의 국민, 역사학계에 맞서며 방송에서, 기자회견에서, 때로는 거리에서 자신의 주장을 알리며 수정·보완·출판 철회 요구에 반대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 중국의 동북공정 등 주변국들의 역사왜곡에 지금까지 한 목소리로 격앙되게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그들의 교과서보다 더욱 강력한 화법으로 식민지시대를 미화하고 근대화에 큰 역할이 됐다는 내용의 교과서로 발간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지금까지의 이런 일반인들의 관점이 소위 ‘좌편향 된’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인한 균형감각 상실이라면서, 반대하는 사람이 도리어 ‘종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혐오스러울 정도다.

물론 보도에도 보수와 진보 언론이 있듯 같은 사건에 대해 부분적으로 다른 시각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교과서는 아직 판단 결정능력이 성숙되지 않은 미성년의 고등학생들이 보는 교재이다. 가르치는 내용 그대로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학생들에게 사실관계가 확실치 않고, 또 부분이 아닌 전체적으로 국가관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명백한 교과서를 발간하겠다는 것은 역사를 교육의 관점이 아닌 자신만의 관점에서 그 이념을 학생들에게 맹목적으로 주입시키겠다는 입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교과서 선택은 결국 학생 본인이 아닌 교장, 교감 등 학교 고위 관계자들의 판단으로 결정된다는 데에 있다. 최근 이명희 교수는 한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학교장들을 상대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고작 16%만이 그럴 의사가 있다는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란 희한한 입장을 밝혔다.

언론에서는 모두 자신들의 교과서가 잘못됐다고만 하지 잘됐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 어쨌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교장들은 무려 16%나 자신들의 고객이 될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투의 반응이었다.

결국 그들은 전반적인 국민들의 불신이나 우려와 상관없이 발간만 확정되면 자신의 뜻을 인정해주는 일부 교장들의 힘을 이용해 그들만의 이념을 학생들에게 뿌리내리기 시작하겠다는 꽤나 음모론스러운 계획을 밝힌 셈이다.

이런 사람이 교육의 도시이자 친일정권에 항거하기 위하여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킨 우금치전투의 자랑스런 고장인 공주대에,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중앙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립대의 교수로 존재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