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사이니까!
나는 교사이니까!
  • 조영숙
  • 승인 2013.08.24 11: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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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창>조영숙 교사
조 영 숙

햇병아리 교사로 2개월이 안되었던 초임 시절,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다. 항상 같은 옷만 입고 코에 콧물을 장식처럼 달고 다녔던 아이!

그 아이 뒤를 따라가며 넘은 고개만 해도 대 여섯 고개, 두 발로 걷다 힘이 들어 네 발로 기어가서 도착한 집.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집은 해님 달님에서나 나올법한 다 기울어가는 초가집이었다.

소똥냄새 나는 외양간에서 일하시던 할아버지, 텃밭에서 나물을 뜯고 계시던 할머니!

기역자로 구부러진 허리에 앞니 하나 남아 있지 않던 할머니는 손자의 담임교사라 고 인사를 드리자 그저 두 손을 감싸 쥐고 어깨만 말없이 두드리신다.

유치원에서 온갖 말썽을 다 부렸던 아이였기에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들이 한보따리였는데 아들, 며느리 이혼하고 연세 드신 몸으로 손자를 기르신다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서 부탁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입 밖에도 못 내고 계획에 없던 칭찬만 주렁주렁 해주고 풀지도 못한 보따리에 연민과 애틋함만 가득 담고 가정방문을 마치게 되었다.

막막함에 터벅터벅 돌아오는 데 다급하게 부르시는 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비닐봉지에 무언가 담으셔서 “이거 내일 장에 갖다 팔려고 뜯은 것인데 드릴 것이 없어서 이거라두” 하시면서 손에 꼭 쥐어 주신다.

풀어보니 흔하디흔한 봄나물 ‘쑥’이었다.

장에 내다 팔면 한 끼 식사를 제공해줄 수 있는 귀한 소유인데도 불구하고 손자의 담임교사에게 무언가 대접하시고 싶은 마음에 가진 것의 절반을 나누어 주셨던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은 감동 그 자체로 남게 되었다.

첫 발령지에서 만났던 할머니와의 추억은 방향각감도 없고 미래에 대해 불안했던 철부지 교사에게 교직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탱해주는 힘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25년 전의 이 경험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동화속의 이야기가 되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혹은 아이의 말만 듣고)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교사에게 원감, 원장에게 때로는 상급기관에 전화하여 항의하며 보상받기를 요구한다.

우리 아이가 놀잇감도 빼앗기면 안 되고 작은 상처라도 생기면 그 원인과 대처방법에 대해 적합했는지 여부를 가리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되어진 것이라도 용납하지 않고 서운함을 털어내려고 한다.

가장 핵심은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더 특별한 존재이므로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부각되는 존재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의 마음으로 그들의 눈을 마주하며 대화하는지, 수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알기보다는 우리아이가 오늘 기분이 좋았는지 울었는지 상처가 나지 않았는지에 더 집중을 한다.

서운함을 쏟아놓고 간 자리! 허탈감에 마음이 잠시 흔들린다. 엄마가 왜 왔는지 모르는 아이가 두 손을 벌리면서 달려온다.

미움과 서운함을 안겨주었던 학부모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아이를 힘껏 안아주고 두드려준다.

어떻게 쉽게 안아줄 수 있냐구?

“나는 교사이니까”

2013년 여름 끝자락, 비 오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