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주ㆍ정차 단속 카메라의 진실
무인 주ㆍ정차 단속 카메라의 진실
  • 박 기 영 (공주시상가번영회
  • 승인 2008.05.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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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공주시 상점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평온하던 상점가에 갑자기 붉은 프랑카드가 내걸리더니 급기야 상인들은 상가를 철시한 채 시청 앞으로 몰려가 벌써 3차례의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다룬 기사가 지역신문의 지면과 시청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궜고 마침내 시민들마저 찬반양론에 불을 지피며 열띤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무인단속카메라가 위치한 주변 상점가의 상인들과 그 상권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문제인듯 싶었지만, 집회의 횟수가 더해지고 점차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실제 문제점은 묻혀버리고 본질이 왜곡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공주시는 2007년 1월 각 실,과별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공약사업 중 하나인 강남, 강북에 획기적인 주차공간을 확보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이에 그동안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많은 불편을 겪어야했던 시민들과 경기침체로 인하여 고통을 받아왔던 상점가 상인들은 지역경제활성화와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경관을 기대하며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반가움도 잠시, 당시 도로교통과는 공주시내에 무인 주ㆍ정차단속 시스템을 도입하여 불법 주ㆍ정차단속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발표를 접한 공주시상가번영회에서는 2007년 2월에 150여 회원과 지역상가 상인대표와 고객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아 우선 공영주차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무인단속카메라 운용방침은 보류하여줄 것을 건의하였다. 공주시시의회 회의록에서도 무인단속카메라 운용에 앞서 주변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시행하여 줄 것을 당부하는 발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수차례의 건의와 노력이 철저하게 외면된 채 2008년 1월 강남,북 상권의 중심가에 각각 5대씩 총 10대의 무인 주ㆍ정차단속카메라가 설치되었다. 도시의 규모가 다른데도 형평성만을 고집하여 똑같이 5대씩 설치하였는데 시간대별 교통량이나 차선 수, 교통 속도등 기본적인 조사조차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설치하게 된 것이다.

설치하는 단계에서도 처음에는 방범용 CCTV라고 은폐까지 하면서 시민들을 철저히 기만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2월 한달동안 하루 500-600여통씩 단속하여 2만여건에 가까운 운전자에게 3월부터 단속하겠다는 계도용 범칙금 통보를 보내는 것으로 홍보를 대신하였다.

한마디로 공권력을 이용하여 일거에 고객을 내몰고만 처사다.

기가 막히게도 시행 첫날인 3월 3일 아침부터 상점가는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대로변은 뻥 뚫려 보기에 좋은듯하지만 이면의 골목길은 단속을 피해 들어온 차량들로 극심한 혼잡을 이뤄 골목골목이 아우성이었다. 무인단속 카메라가 운용된지 1개월이 지난 현재 공주시의 자영업자들은 평균 20-50%이상의 매출 감소로 인하여 심각한 생계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공주시가 지난 2월 한달간 무차별하게 내몬 2만여 고객의 발길을 어떤 방법으로 되돌려온단 말인가? 상가를 운영해본 상인이라면 한번 상권을 떠난 고객의 발길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법을 유도해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피해와 불편을 당해야만 하는 상인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고 외면당하였다. 그럼에도 일부시민들로부터 오히려 집단이기주의로 폄훼당하고 지탄을 받고 있는 현실에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상인들이 한목소리로 집단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항간에 상점가 상인들이 무조건 주정차 단속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상인들은 오히려 적절한 단속을 원하며 그동안 상가마다 주차권을 구입하여 내점 고객에게 무료주차권을 드리고 있다. 단속카메라의 운용은 다수 시민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되는 곳에 설치되어야한다는 것이 대책위원회의 기본입장이다. 공주시측의 일방적인 결정과 집행 그리고 무성의로 일관된 대응책에 분노하는 것이다. 3차례의 집회에서도 공주시로부터 양보 받거나 협의한 것은 거의 없다. 출퇴근 시간에는 10분 단속을 하겠다거나 평상시에는 지역별로 탄력운용 하겠다는 것과 일부주차장을 확보하는 것도 모두 공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집행한 것이다.

무인단속카메라 운용에 반대하는 의견이 올려진 시홈페이지의 답변에 의하면 “무인단속시스템의 운용으로 경제상황 저하는 심히 유감스런 일이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주,정차문화가 정착되기 위한 일시적인 과도기적 현상이라 생각되어 시민의 올바른 주.정차문화가 정착되면 자연치유 될것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한마디로 “기다려 보십시오”가 공주시의 공식적인 답변인 셈이다.

무인단속카메라를 운용하는 인근 보령시는 25분 유예시간에 18시까지만 단속한다. 아산시도 단속은 하지만 도로변 주차장을 병행 운용하고 있다. 논산시는 설치만 하였을 뿐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인근 대전시는 은행동 중심상가를 “차없는 거리”로 지정하여 즐거운 쇼핑공간을 제공하는 등 고객유치에 자치단체가 직접 나서고 있다.

지역마다 구도심 공동화 대책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공주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기관이 강북으로 이전하려하고 상가나 주거공간이 강북지역으로 편중되어 구도심 공동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번일이 구도심 공동화를 심화시키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주시측과 대책위원회가 마지막 만남의 자리에서 “등 돌린 고객들을 다시 모셔오는 노력은 상인들이 하겠으니 한시적으로나마 단속을 유연하게 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기를 그리고 앞으로는 사전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거치고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대화로 교감을 얻어 정책이 입안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