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뿌린 기자
인분뿌린 기자
  • 최규용 기자
  • 승인 2008.04.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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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기자는 제4의 권력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큰소리치는 기자들이 있다. 당하는 사람들은 앞에서는 웃는 얼굴이지만 뒤돌아서면 X밟은 얼굴로 욕을 해댄다.

요즘은 오히려 기자들이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지역신문 기자가 지방 일간지 기자들에게 행사장에서 인분을 뿌린 사건이 일어났다. 최근 경기도 부천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부천시는 기자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놓고 시정에 호의적인 신문사는 1년에 몇 번씩 정기적인 광고를 보장하고, 비판기사를 싣는 신문은 배척하며 요청자료도 협조를 하지 않는 등 언론을 길들여왔다는 것이다.

기자협회에 들어있는 기자들은 행정에 불리한 기사는 만들지를 않고, 보도자료만 전제하는 언관밀착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에 바른말을 해온 지역신문은 기자협회에서 철저히 배척당하고, 불이익을 당해오다 끝내 이런 행태를 알리기 위해 지역신문 기자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자협회 기자들을 향해 인분을 뿌렸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힘이 약한 지역신문이 아무리 바른말을 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불이익만 돌아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밝혔다.

부천시 전역에 뿌려지는 기자협회 소속 신문부수는 통틀어 300부도 되지 않지만 지역신문들은 적게 잡아도 수천부씩 배포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지역언론이 행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권력과 결탁하지 않고 바른말을 하는 것은 뒤에 독자들의 격려와 후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