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단상
선거 단상
  • 최규용 기자
  • 승인 2008.03.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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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기억으로 선거는 몇 년에 한번 치르는 행사였다.

부모님 손을 잡고 졸랑졸랑 따라갔던 기억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는 태안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나보다 10살이 많은 누님이 선거일에 바쁘게 투표를 하고 간 기억도 있다.

지금은 2시간 내외면 갈수 있는 거리지만 그때는 직행버스를 타고 꼬박 3시간 20분 거리에 있었다.

투표를 하고 가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와서 공주에 오후에 도착해서 가족과 눈인사만 나누고 투표하고 다시 돌아가기 바빴다.

그때 얼굴만 보고 돌아가는 누님을 보며 아쉬워했었다.

지금은 부재자 투표를 해도 되고, 교통편도 좋아서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됐다.

그만큼 편리한 세상이 됐지만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금도 어르신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투표를 하러 가지만 젊은 사람들은 황금 같은 휴일에 놀러가거나 집에서 쉬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잘 뽑았느니 잘 못 뽑았느니 뒷말만 무성하게 해댄다.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에게 실망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먼 산 불구경하는 심정일 수도 있다.

4월9일 치러질 선거를 예측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공천을 받는다고 큰소리 치고 다니던 예비후보가 공천에서 떨어지고 지역에서 서 너 번씩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까지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디는 전략공천이고, 어디는 누구를 끌어내리기 위한 모략이 숨어 있다는 둥 언제 어떻게 선거판이 뒤집힐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다.

공주·연기지역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당만 타면 당선될 것 같던 구도가 갑자기 바뀌면서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새로운 후보가 공천을 받는가 하면 다른 지역 출마를 공언하던 후보가 갑자기 공주·연기 출마를 선언하는 등 선거판에서 잠시만 눈을 떼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모든 정보를 최일선에서 접하는 기자들조차 선거판의 움직임을 읽어 내기 힘든 상황에 일반 시민들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선거가 혼란스럽게 돌아가도 국민들이 할 도리는 다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놀러가고, 집에서 쉬면서 투표를 하지 않으면 그 표는 자기가 싫어하는 후보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근 재선거를 치른 지역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바로보고 바로 찍지 못한 결과다.

혼란이 가중되는 선거지만 내 한 표만이라도 바르게 행사하는 것이 정치발전을 이루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