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반성하는 습관을 가르치자
우리 아이들에게 반성하는 습관을 가르치자
  • 백제뉴스
  • 승인 2012.12.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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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창석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최 창 석
사는 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 나 태 주

공주의 시인, 금강의 시인 나태주님의 ‘사는 일’이란 시다. 하루가 끝나고 조용히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굽은 길은 굽게 돌아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감으로서 매사에 순응하면서 살아왔고 생각지도 않게 생긴 불행한 일을 겪었지만 그 불행이 없었으면 만나지 못할뻔 한 싱그러운 바람, 멍석 딸기, 물총새의 쪽빛 날갯짓을 본 것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변화시키는 작가의 긍정적인 마음이 훌륭하다.

새들도 숲으로 머리를 돌리는 하루해가 저무는 시간에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하루를 잘 살았다”라고 감사해 하는 글을 보면 유명한 밀레의 그림 ‘만종’에서 두 부부가 농기구를 내려놓고 하루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 생각나기도 한다.

공자의 제자 중 효행으로 으뜸가는 증자란 분은 1일3성(一日三省)이라 하여 하루에 세 가지를 반성하였다고 한다.

즉 남을 위해 일함에 있어 불성실하지 않았나? 벗들과 사귐에 있어 신의를 잃는 일은 하지 않았나? 공부한 것을 복습함에 게으름은 없었나? 하는 것들을 매일 반성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옛날 중국의 탕왕은 매일 손 씻는 세수 대야에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이란 글을 새겨놓고 지난 일을 반성하며 늘 새롭게 되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중국의 대표적인 훌륭한 임금의 칭호를 얻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하다. 삶은 과거와 현실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는 궤적이다. 현재의 시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지만 과거가 없는 현실이 있을 수 없고 현실이 없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되돌아봄은 더 좋은 길,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계획의 기초요, 반성은 더욱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물이다.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이 되돌아보는 법, 반성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멋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은 그들의 앞날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반성의 대표적인 것이 일기쓰기이다.

옛날 우리 어린 시절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일기쓰기를 지도하였다. 특히 방학 동안의 일기는 거의 빠짐없는 숙제였다. 놀기에 바쁜 우리들은 아침에 나가 밤늦도록 친구들과 놀고 저녁에는 밥숟가락 놓자마자 골아 떨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일주일에 한꺼번에 쓰던지 더 심하면 열흘 보름치 일기를 한꺼번에 쓰느라 끙끙거리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일기를 쓸 때는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하였고 한 두 가지씩은 반성하곤 하였다. 예를 들면 “오늘은 아침먹고 동네에 있는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하였다. 딱지치기를 하다 개똥이 친구가 싸웠는데 저녁에 생각하니 내가 잘못한 것 같다. 다음부터는 친구들에게 잘해주어야겠다” 등 이런 식이었다. 아주 유치하고 비논리적인 반성이며 되돌아봄이었지만 여하튼 억지로라도 반성하고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생활을 한 것이다.

이런 일기가 어느 날 갑자기 학생의 인권침해니 사생활보호니 하여 싹없어지고, 일기를 쓰라고 권하는 선생님도 없고 더욱이 일기를 걷어 보고 지도하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가 심히 걱정된다. 요즈음은 스피드시대, 그리고 현실주의가 강조되는 사회이다.

정신없이 바쁜 현실 생활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현재에만 몰두해 있다. 학과 공부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고 공부 시간 이외에 시간이 나면 가상현실인 스마트폰의 게임에 빠져있으며 집에서 식사 후나 기타 여유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와 토론, 반성보다는 TV 시청에 몰두해 있다. 이렇듯 학생이나 교사, 부모 모두가 현실에만 집착해 있고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함에 전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기쓰기를 부활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반성하는 습관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꼭 의무적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러운 지도로 일기쓰기가 권장되고 그런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생활이 습관화되었으면 한다.

12월 초순. 이제 각급 학교는 한 학년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있다. 초등학교도 각종 발표회를 마치고 교육과정의 정리에 나서고 있으며, 중학교는 특성화고의 입시가 끝나는 등 각종 입시가 마무리되고 있고, 고등학교는 수능 성적이 발표되어 점수대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기 위해 많은 진로 탐색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로서는 큰 시험이나 중요한 학사 일정이 대부분 끝났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많은 여유를 가지고 있다. 이런 여유 시간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많은 활동들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지난 일년의 교육과정을 잘 반성하고 새로운 학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갖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들의 일처리가 대부분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기 쉬운데 그 이유는 철저한 반성과 그에 따른 치밀한 계획이 수립되지 못해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올 12월은 지난해와는 달리 교육과정의 운영에 1년의 반성, 3학년의 회고록 쓰기, 졸업여행 소감문 작성, 졸업 작품전, 학급회․ 학생회의 결산회의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봄과 반성이 달이 되어 이를 바탕으로 내년의 훌륭한 계획이 수립되고 그리하여 내년 12월에는 모두가 유종의 미(有終의 美)를 거두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2년 12월의 시작날에. 봉황산록 수청골길 누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