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사는 9월!
느리게 사는 9월!
  • 조영숙
  • 승인 2012.09.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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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영숙 교사
조 영 숙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다녀왔다.

울퉁불퉁 보드블록을 지나 아스팔트 위 크고 작은 차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순간 생전 처음 맛보는 스릴감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타기에 알맞은 복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페달을 밟는 다리보다 안장위에 실린 엉덩이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자전거에서 내려 잠시 걷기로 하였다.

30분 이상 앉아 있다가 자전거에서 내려 두 발로 땅에 선 순간 마치 인어공주가 처음 생긴 다리로 땅 위를 걸었을 때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까?

걷다보니 길가에 널브러져 있던 풀은 우리가 밥과 함께 먹는 검은 콩밭이었으며 길가에 늘어서 있는 큰 풀들은 해바라기들이었고 바닥위에 떨어져 밟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던 것이 노란 은행이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앞만 보고 위만 보고 지나쳤던 곳에서 아래를 보고 옆을 보고 뒤를 바라보니 가을은 벌써 시작되었고,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가로수 밑에 낮게 자라고 있는 분홍색 패랭이, 봄부터 피어있는 금계국, 들판에 양쪽으로 늘어서서 피어있는 달맞이꽃들, 동네 어귀를 휘돌아 내려가는 도랑물에는 다슬기들이 검은 점이 되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빠르게 지나가면서 못 보았던 것들.

목적지만을 향해 뛰어갔던 시간들.

가을 공기를 들이키며 들판을 바라보면서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슬로우 시티 슬로건이 떠올랐다.
느리게 살자!

성공했다하는 것, 혹은 출세했다는 것! 남들보다 빨리 앞서가는 것!

빨리 가느라 보지 못했던 저렇게 작지만 아름다운 장면들을 우리는 얼마나 놓치고 살고 있단 말인가?

한시라도 책상에 앉아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에 은근히 압력을 넣으며 기어이 방으로 내 쫓아야지만 엄마의 역할이라고 합리화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재미있게 놀다와” 라며 응원해주기는 커녕 혼자만 나가서 즐긴다고 비난하고,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으면 재미없게 수업하는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주의집중력이 부족하니 뭐니 하면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걱정만 해대던 일들이 큰 허물이 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1년이라는 시간,,,, 아니 하루 24시간도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길고 의미 있는 시간인데 우리는 늘 안정된 미래를 얻기 위해 오늘 하루를 싸우듯 경쟁하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 24시간!

느리게 살자.

1분 1초에도 의미를 두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여유 있는 그런 9월을 만들고 싶다.
/유구초병설유치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