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시 공주와 공주대학교
교육도시 공주와 공주대학교
  • 李達雨(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 승인 2008.01.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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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게맛을 알아?”

  “니들이 게맛을 알아?” 한 때 회자되었던 광고다. 그 광고에 출연한 사람은 외모가 수려한 인기 연예인이 아니었다. 나이도 많은 원로 연예인이었다. 옷차림 또한 수수한 어쩌면 남루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 광고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다.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 그 배우의 캐릭터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깊은 맛을 상품의 이미지와 연상작용이 일어나도록 하여 성공한 것이다. 이 광고 카피라이터의 날렵한 재치보다 웅숭깊은 철학을 높이 사고 싶다.
 
게 중에서 바다에서는 영덕게가 뭍에서는 금강참게가 유명하다. 금강참게는 서식환경이 악화되어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민물게를 말하면 금강참게를 기억한다. 호랑이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이 금강참게도 민물게의 대명사로 이름을 남긴 것이다.
 
이름은 무엇인가? 이름이란 어떤 대상이나 사물이 가지는 가치와 그 존재의 상징이다. 원숙한 배우의 광고를 보고 인생의 깊은 맛과 같은 게맛을 연상하듯, 살아있는 금강참게를 보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우리는 민물게를 말하면 금강참게를 생각한다. 금강참게가 그 존재의 상징으로 금강참게라는 이름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상은 유한하고 이름은 영원하다. 비록 대상은 유한하지만 이름을 만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을 들으면 그 대상이 생각나고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또 이름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름을 위해 살고 이름값을 하려 하고 이름을 남기려고 한다.
 
공주대학교에서는 작년 2학기 들어 교명을 변개하려는 불온한 움직임이 노골화되었다. 급기야 지난 해 12월 11일에 비전도 명분도 현실성도 합리적인 절차도 갖추지 못한 몰상식한 소위 [교명변경 신청서]를 대학 당국이 무엇에 쫓기듯 교육부에 우선 접수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보름여가 지난 12월 27일에서야 교육부로부터 대학당국이 제출한 [교명변경 신청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반려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우리 존재의 상징인 소중한 이름 “공주대학교”를 지키려는 뜻있는 우리 대학인과 공주시민들은 대학당국의 서류접수에서 반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 문제의 정당한 귀결을 위해 노력하며 기다려 왔다.
 
그러나 김재현 총장은 교육부의 신청서 반려에도 불구하고 12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명변경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이것은 거의 백일몽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들 무모한 교명변경 강행론자들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으로 재삼재사 충고한다. 공주대학교의 이름을 바꾸려는 것은 바로 공주의 얼굴을 망가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한국교육의 얼굴을 훼손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임을 알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공주는 교육도시로 이름이 높다. 그러면 공주는 어떻게 해서 교육도시라는 이름을 얻었는가? 그것은 바로 공주사범대학 그러니까 지금의 공주대학교로 인해서 얻은 이름이다. 공주대학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보다 앞선 1948년에 도립 공주사범대학으로 개교하였다. 이보다 1-2년 앞서 대구사범대학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이 개교하였으며, 대구사범대학은 1950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으로 개편되었다. 한국 현대교육의 초창기는 이렇게 3개 사범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3개 사범대학에서 배출한 교사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학교에 배치되어 인재를 양성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고속성장과 근대화의 역사를 견인하였던 것이다. 공주가 교육도시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공주에 학교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공주사범대학이 존재하여 대한민국 현대교육의 중추를 감당해 내었기 때문인 것이다.
 
이와 같이 위대한 대한민국 현대사 발전의 한 축을 이끌어 온 공주사범대학과 공주대학교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지금 그대들이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한가 말이다. 나는 한심한 생각을 멈출 수 없어 그 유명한 광고문을 독백한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