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사람
친구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사람
  • 최창석
  • 승인 2012.09.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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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창석 교육장
최창석 교육장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7차 교육과정의 중 3교과서에 나왔던 정호승님의 시이다. 여기에서 그늘은 어려움, 고통, 시련을 의미하고 햇빛은 기쁨, 행복, 희망을 의미한다.

어려움을 겪고 맛보는 기쁨이 진정한 기쁨이요.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노래한 시이다.

중학교 3학년 사춘기 청소년의 감성을 자극하여 어려운 곳,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교과서에 실렸던 글로 기억한다. 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런 시를 외우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 그늘진 곳도 생각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폭염과 장마, 엄청난 태풍 ‘볼라벤’ 그리고 ‘덴빈’이 지나가고 9월을 맞이하게 된다. 아직도 한낮의 태양은 너무 뜨겁지만 섬돌에 새벽 귀뚜라미 소리가 점차 커가는 것을 보니 가을로 접어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9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2학기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는 학교의 교육과정이 천편일률적으로 9월 1일부터 2학기가 시작되었다.

제 7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학교장에게 방학 일정의 자율권을 부여하였고, 그러다보니 방학과 개학 날자가 각 학교별로 다르게 되었으며, 학기별 수업일수의 조정도 어려워졌다. 이에 학기의 구분 권한도 아주 학교장에게 일임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2학기의 시작이 8월 15일 부터 9월 1일까지 제멋대로이지만 9월 1일은 거의 모든 학교가 2학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이러한 2학기를 맞아 나는 학교의 운영이 각 지역, 학교, 학부모, 학생의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었으면 하는 생각과 더불어 학생들의 감성 교육, 심성지도를 특히 강조하고 싶다.

현재 우리 한국사회는 너무나 메마르고 팍팍한 사회인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무디스사가 한국 경제의 신용등급을 Aa3로 최고 등급을 인정하였지만 여전히 살림은 어렵고 사회는 각박하며, 각종 사회에서의 무한 경쟁은 사람들을 흉악하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일주일 사이에 끊임없이 일어난 여의도, 울산, 의정부역 등의 ‘묻지마 살인사건’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느 신문에서는 그늘진 곳, 어두운 곳에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외톨이가 20여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을 밝은 양지로 끌어내고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늘 불안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학교에서는 극소수이기는 하나 철모르는 일부 학생들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친구를 왕따시키고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특정 친구의 부족한 부분을 공개하여 망신을 주고 따돌리며, 근거도 없는 말을 퍼트려 친구를 곤경에 빠트리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문자로 친구를 괴롭혀 어느 학생은 공황 상태나 정신 질환에 이를 정도란다. 이러한 행위들은 절대 용서되어서는 안 되며 학교 폭력으로 엄히 다스려지고 철저히 지도되어야 한다. 이렇게 왕따 당하고 소외된 아이들이 커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적 외톨이가 되고 사회 불만 세력이 되어 우리 사회를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국어, 사회, 예체능 과목 등 교과 시간과 창의 체험 시간에 다양한 심성지도, 감성교육 방법을 통하여 약한 친구, 부족한 친구, 그늘지고 소외된 친구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교육들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불쌍한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는 측은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한다.

피할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의 경쟁이지만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패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줄 줄 아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많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르고 싶다.

2012년 9월1일 봉황산록 수청골길 누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