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로 보내기
정글로 보내기
  • 조영숙
  • 승인 2012.07.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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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조영숙 교사
조 영 숙

아이의 키가 쑥쑥 자라서 엄마 키를 훌쩍 넘었다. 입 주변에도 작은 솜털이 보송보송 자라고 있다. 아이가 클수록 더 많은 고민이 생긴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장난의 정도가 지나쳐 친구관계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아이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첫째, 절대로 몸싸움 하지 말 것

둘째, 놀려대도 무시할 것

셋째, 여자 친구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 것. 아이 귀가 닳도록 아침마다 주의를 준다. 가끔씩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항의한다.

주절주절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하며 “이렇게 해도 참으라고?” 대답은 무조건 “네가 참아라”이다. 무조건 참으라고 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친구들이 놀려도 별 반응을 안 보이니 방어할 줄 모르는 아이인줄 알고 툭툭 놀려대기 일쑤인가보다. 집에 오면 늘 불만투성이다.

간혹 크고 작은 일들이 생겼었지만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보관했던 자전거의 타이어 바람이 몽땅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이겠지 하며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이번에는 자전거 타이어에 7군데의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집에 오면서 “누군가 나를 미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만든 아이를 만나면 7번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생긴 후 누가 그랬을까 주변 친구들을 의심하며 자전거 보관소를 지나가는데 마침 자전거를 이리 저리 살피며 만지는 한 친구를 목격하게 되었다.

그 아이의 이름을 듣고는 당장 어머니를 만나서 항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까 고민하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결론은 아이가 들려 준 이야기 그대로 친구의 어머니에게 들려주지 말 것!

그래서 자전거를 만지려는 것(구체적인 행위가 있었지만 전달하지 않음)을 보았는데 왜 그랬는지, 요즘 자전거가 훼손되는 일들이 빈번해져서 아이가 또 상처를 받을까봐 상황설명을 듣고 싶다고 마음을 전하였다.

어머님은 아이가 요즘 자전거를 관찰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과 그래서 아마 관찰 중이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으셨다.

그래서 요즘 자전거 때문에 예민해져 있으니 자전거를 관찰하고 싶을 때 아이에게 허락을 받은 후 만졌으면 좋을 것 같다며 나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 뒤로 그 아이의 자전거도 피해를 봤다는 소리를 들었다.

경솔하게 내 아이가 본 것 그대로 “당신의 아이가 우리 아이의 자전거를 훼손시켰다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하군요” 라는 말투로 전화를 걸었다면 감정싸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자전거의 경우는 물질적인 피해로 이어져 성인이 개입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의 싸움이 자칫 어른들의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할 것이다.

요즘 정글의 법칙을 본다.

맨 손으로 자연에서 얻은 도구를 이용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적응을 못하여 집단에서 튕겨져 나가기도 하고 다시 들어와 다시 힘을 합쳐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안고 안절부절 못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다니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는 엄마라는 온실에서 벗어나 혼자서 정글로 들어가야 한다.

엄마는 주저 말고 온실 문을 힘차게 열어놓아야 한다.

정글에서 살아나려면 그들만이 세운 정글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가다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악어도 만날 것이고 배가 고파 박쥐나 지렁이를 잡아먹으면서 눈물을 삼키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정글에서 점점 강해질 것이다. 이제 엄마의 마음도 정글처럼 강해져야 한다.

오늘도 아이는 정글을 향해 뛰어간다.

/유구초병설유치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