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내 고장 칠월은"
  • 최창석
  • 승인 2012.07.0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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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창석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최창석 교육장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 청포도- 이육사>

이글거리는 태양은 더욱더 열기를 더해가고 오랜 가뭄 끝의 단비에 대지는 생명의 기운을 왕성하게 내 품는다. 만물이 성숙하고 열찬 열매를 맺어가는 칠월 우리 고장에서도 포도송이 열매가 하나하나 틈실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이러한 칠월 우리 학교에서는 그동안 부담이었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도 끝나고 학기말 고사를 마치면 여름방학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생육의 계절, 성숙의 계절 칠월에 우리 사랑하는 공주 학생들의 마음에 우리 마을의 전설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또한 많은 상상 속에 창조적인 마음이 싹트며 고향사랑의 마음이 주렁주렁 열매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부터 60여 년 전 나에게는 고모할머니가 한분 계셨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이 마을은 수청골이라 해서 봉황산의 북쪽 기슭이고 그 계곡에는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 조그만 시내가 있었다.

여름밤이면 그분은 나를 업고 동네와 냇가를 한 바퀴 돌며 나를 업어서 재우는데 그때 혼자 흥얼거리던 우리 고모할머니의 노래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라는 노래인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된다.

어렸을 적 나는 그 의미를 몰랐지만 내가 어른이 되고 역사를 배운 다음에 공주의 우금치 전투를 알았고 그 당시 많은 민중들이 녹두장군 전봉준을 사랑했고 그래서 구전으로 전해오는 노래가 우리 고모할머니를 통해 나까지 전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역사와 문화의 고장인 우리 공주에는 많은 전설과 설화 그리고 역사의 이야깃거리가 있다.

멀리는 곰나루의 전설에서 고려에서는 효자 이복, 향덕의 이야기 그리고 조선 인조의 인절미 이야기, 조선말 동학혁명과 우금치 이야기, 조선 갑부 김갑순의 이야기 등 셀 수도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이야깃거리가 한 여름밤 마당에 있는 툇마루 아니 요즈음은 대부분 아파트이니 아파트의 옥상이나 벤치에서 별과 달을 보며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

그러한 옛날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많은 호기심과 의문을 갖게 되고 또 다른 상상을 할 것이며 거기에서 무한한 창의성이 발현될 것이다.

지난 6월 8일 공주대학교에서는 공주문화유산대학원과 백제포럼이 중심이 되어 ‘공주문화유산이야기의 발굴과 활용’이라는 연구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포럼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공주에 흩어져 있는 많은 문화유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잘 발굴하고 현실에 맞게 적용하여 공주 관광에 활용하며 공주의 문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보자는 것이다. 공주 토박이로 또 공주교육을 책임진 사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아주 좋은 기회였고 이를 바탕으로 올가을에는 공주교육청에서도 공주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스토리텔링대회를 열었으면 하는 구상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이 공주의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고 현실에 맞게 각색하며 그 내용을 얼마나 실감 나게 표현하는가? 하는 것을 중심으로 ‘공주의 이야기’ 스토리텔링 대회를 열 계획이고 이에 따라 우리 공주의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우리 학생들에게 내 고장 공주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풍성한 스토리텔링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올 칠월에 또 하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모두 구릿빛 얼굴, 새까만 몸뚱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의 여름은 산으로 들로 강으로 틈만 나면 뛰어다니고 노는 신바람 나는 계절이었다. 더우면 강물에도 풍덩 뛰어들어 물속에 누가 오래 있나 잠수 시합, 다이빙 시합, 송장헤엄 시합, 그러다 또 모래판에 나와서 씨름과 뜀박질 등 그렇게 정신없게 놀은 탓에 칠월 초만 되어도 아이들 모두가 완전 깜둥이가 다 되었다.

요즈음 70~80 어르신들이 건강한 분들이 많은데 내 생각에 그분들의 건강은 어려서 매일 몇 십리의 학교 길을 걸어서 또는 뛰어다니며 등하교하고 또 자연에서 마음대로 뛰어놀면서 만들어진 어릴 적 건강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가 무어라 해도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가진 우리 아이들에겐 청소년 자살이나 학교 폭력 같은 어두운 그늘이 절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내가 부여중학교 교장 시절 나는 7월 기말고사가 끝난 후 전 학급 리그전으로 축구대회를 열었다. 상품이라야 고작 피자 몇 판, 통닭 몇 마리지만 이 기간에 부여중학교는 완전 축제의 기간이다.

어느 여선생님 왈 “그까짓 축구를 졌다고 억울해서 펑펑 우는 아이들을 보고 여자로서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 아이들의 감정을 처음 느꼈고 축구를 통해 사춘기 아이들의 생각과 그들만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으며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교장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나의 평소 소신의 우리 학생들 사춘기 젊음의 열정을 풀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체육, 음악, 미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요즈음에 스포츠 클럽 활동을 학교마다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주에서도 7월 초 학기말 고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스포츠 클럽 대항 각종 경기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 또는 운동 경기에다 더 욕심을 내어 가족이나 선생님과 같이 또는 같은 또래끼리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숲 속 야영, 산악 등산, 자전거하이킹, 수상 활동 등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들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의 모험심을 길러주고 체력을 단련하며 협동심과 자연애호, 나라 사랑의 정신을 길러주는 다양한 활동들을 권장하고 싶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여름 칠월.

우리 공주교육청과 충남교육청 아이들의 얼굴이 구릿빛이 되도록 열심히 자연에서 뛰어놀고 한여름 밤 별을 보며 많은 고향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 들으므로 아이들이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이 살찌워지고 다양한 창의성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년 7월 1일 새벽 봉황산록 수청골길 누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