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와 승자, 그리고 공주의 미래
패자와 승자, 그리고 공주의 미래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2.04.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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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칼럼>유재근

 

유 재 근

마지막까지 승패를 점치기 힘들었던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접전을 펼쳤던 두 후보는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도 오차 내에 자리하더니 결국 총선 판세가 거의 드러나기 시작하던 자정을 넘겨서야 서서히 박수현 후보 쪽 손을 들기 시작했다.

박종준-박수현, 두 정치신인의 등장은 세대교체를 갈망하는 국민들에 대한 두 당의 의지표명이었고, 앞으로 겨우 4년으로 끝나지 않을 젊은 두 주자의 승부에서 먼저 누구를 지지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시민들의 고민이 묻어난 명승부였다.

<‘반 새누리당’ 여론을 잠재운 박종준>

겨우 2천여 표, 4%의 차이였다. 패배를 했지만 박종준 후보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세종시 문제를 사이에 둔 현 정부와 지역민 간의 갈등. 그 사이에서 공주에는 ‘반(反)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의 영향이 뚜렷했다. 세종시 행정도시의 표류, 그에 앞서 전 정권에서 대선공약으로 추진한 수도이전은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로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될 뻔했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 박근혜를 등에 업은 박종준은 ‘새누리당은 안 돼’라는 지역의 여론을 일거에 잠재웠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무기력하던 시절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될 뻔했던 행정도시를 지켜낸 게 역설적으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사실상의 야당’ 노릇을 한 새누리당의 현 비대위원장 박근혜였다. 이미 선거 전부터 ‘그분이 밀어주는 후보’임을 앞세운 박종준은 박근혜의 두 차례 방문을 통해 박수현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세종시와 통합 상생 순풍(順風)의 조짐?>

그러나 승자는 박수현이었다. 박수현의 승리는 세종시에서 심대평을 한 방에 잠재운 이해찬의 승리와 연관 지을 필요가 있다. 세종시를 ‘사수’한 박근혜보다는 세종시를 애초부터 ‘기획’했던 이해찬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한 셈이 됐다.

우리는 선거를 5일 앞두고 공주에 지원유세를 나왔던 이해찬 후보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해찬 후보는 당시 박수현 후보를 두고 “청문회를 통해 대스타가 되어 10년 후 (공주에서)대통령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말의 진실성을 떠나 강한 연대를 과시했던 두 후보의 동반 당선으로 그렇게 부르짖던 세종시와 공주시의 통합, 상생은 일단 갈등 없이 같은 마음으로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정치적인 뜻보다는 당의 간곡한 요청 때문에 등판을 했던 이해찬이었기에 본인의 욕심 충족보다 세종시, 그리고 공주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자연스럽게 박수현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공주-세종의 통합, 상생은 물론 박수현이 그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누구를 지지했든 박수치는 미래 오기를>

치열한 싸움이었던 만큼 이긴 후보의 지지자들은 더욱 행복하고 진 후보의 지지자들은 더욱 아쉽다. 박수현 당선자는 이들의 여론을 모두 안고 참 정치를 실천하는 초선의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 지지자는 갈렸지만 공주시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그 한 가지 마음만은 모두 똑같다. 상처를 봉합하고 공주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한편 박종준 후보의 낙선 인사 또한 인상적이었다. “고향 공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박종준의 패인에는 ‘공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외부인’이란 이미지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패배하자마자 다시 짐을 싸들고 중앙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 노력한다면 그를 지지했던 절반의 지지자마저 등을 돌렸을 것이다.

공주시에 공주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젊은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유권자들 또한 진심으로 그들 중 한 명을 지지했을 뿐, 상대 후보를 비토(veto)하는 일은 없었음에 박수를 보낸다. 공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주를 향한 두 라이벌의 경쟁과 협력을 앞으로도 기대하겠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