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살아간다
아프니까 살아간다
  • 백제뉴스
  • 승인 2012.02.10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민순규의 건강이야기

사람은... 사람의 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태어나고 성장기를 거치고 나이가 들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기의 몸하나로 온전히 버텨낸다. 그것도 무려 짧게는 50 ~ 60년, 많게는 100년 이상을 말이다.

기껏 하루에 밥세끼 맛나게 먹어주고, 졸리면 적당히 잠자고, 몸이 무거우면 땀날 정도로 운동을 가끔씩 해주는게 전부인데도 너끈히 70년 이상을 버티어준다.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들이 집약된 우주탐사 계획도, 어마어마한 양의 시멘트를 굳혀서 만든 수십억을 쉽게 이야기하는 초호화 아파트도, 억소리나는 최고급 자동차도 고작... 수십년을 버티어내지 못하는데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자동차나 전자제품들과는 달리 변변한 부속품하나 갈아 끼우지 않고도 사람은 일생을 살아간다. 물론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인체의 소단위인 세포는 끊임없이 분화하고 성장하여 노화된 기존에 세포들의 역할을 대신한다. 인체의 곳곳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만 단위의 세포들이 생을 마감하고, 그보다 몇배는 많은 세포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체를 살아있는 몸 즉, 생체(生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단순히 세포의 분화만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들이 충족될 수 있을까? 몸의 어느 곳에서 얼마만큼의 세포들이 소멸되었는지, 따라서 필요한 세포들은 각각 얼마나 되는지... 뇌세포들은? 간세포들은? 근육세포들은? 췌장세포들은? 각종 관절에 분포하는 세포들은? 아! 복잡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은거야~~~!!!’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시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사람의 몸이 수십년 동안 비교적 무탈하게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정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습관? 날로 발전하는 교통수단? 의료서비스의 확대?... 물론 각각의 요인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겠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숙하고 발전하며 오랜 시간을 건강하게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첫 번째 원인은 아픔을 즉, 통증(痛症; pain)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거듭 말하자면, 인체에 있어서 통증은 정상적인 상태 즉,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이다. 인체의 각종 기관들에서 뇌로 전달되는 감각정보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통증을 전달하는 감각이다.

지금까지 통증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되어져 왔으며, 그에 따른 학문적 정의도 지속적으로 새롭게 정의되어져 왔다. 최근 국제통증연구학회(IASP)에서 정한 정의에 따르면 통증은 “조직의 잠재적 또는 실제적 손상과 관련된 불쾌한 신체적 또는 정서적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 필자의 생각을 더하자면, 통증은 “조직의 손상이나 과도한 변형을 유발하여 항상성을 저해하는 불유쾌한 정보이지만, 인체를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체의 감각은 크게 시각, 촉각, 미각, 청각, 후각 등의 다섯 가지 감각으로 구분되어지며, 이들을 통틀어 오감이라고 한다. 통증을 감지하는 세포는 달리 분류되어 있지만, 자극의 형태에 관계없이 해당 자극이 인체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게되면 통증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밝은 빛은 안구의 통증을 유발하고, 실험정신이 과도한 음식은 혀와 위장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며, 우왁스럽게 잡은 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쾌함과 통증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 것이다. 아픔을 느끼고(sense) 아픔에 반응하고(detection) 아픔을 피하는 지극히 반사적인 과정(reflex or avoidance response or withdrawal reflex)은 인체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방어하기위해 취하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림 1 발목염좌]
통증은 대단히 급박하고 위험한 현상이며, 고통스럽고 불유쾌하여 다시는 반복하여 겪고 싶지 않은 감각이다. 또한 통증은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감각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흔히 환자들이 통증에 대처하는 자세에는 적극적인 대응과 소극적 대응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소극적 대응이란 통증을 유발한 원인이 해결되면 관심도 사라지는 것을 말하며, 적극적 대응이란 통증이 사라지더라도 통증의 유발원인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이후에 동일한 통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인들과 계룡산 산행을 하고 하산하던 길에 발목을 접질려서(염좌; ankle sprain)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조00환자가 있다(그림 1). 다행히 환자의 상태는 심각하지 않아서 약물주사요법과 4~5회의 물리치료로 일상적 생활에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소극적인 환자의 경우 해당 통증이 사라지면 더 이상 발목의 상태에 관심을 갖지 않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발목이 왜 접질렸을까? 근육의 피로누적, 인대의 약화, 고르지 못한 산길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조00 환자의 육체적 건강상태는 계룡산을 오르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체력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조00 환자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환자라면, 평소에 부족했던 하체 근력을 지속적인 운동을 통하여 강하게 단련할 것이며, 약해지고 늘어난 인대를 강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운동치료(therapeutic exercise)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다시금 산행을 하였을 때 발목이 손상당하는 일을 겪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림 2 피부화상]

뜨거운 방에서 취중에 맨살을 드러내놓고 잠이들었다고 상상해보자. 방바닥에 맞닿은 피부는 점점 가열될 것이고, 뜨거운 온도에 반응하는 감각은 지속적으로 우리의 뇌에 피부온도의 상승에 대하여 경고를 보내게 될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 피부아래의 혈관들이 늘어나서 혈액순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피부의 온도를 일정부분 식혀줄 것이고, 땀샘의 활성화로 땀을 흘리는 것으로도 온도의 상승에 대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체의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정도의 온도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정상의 경우라면 간단하다. 자는 동안에 몸부림을 치면 된다.

피부의 온도가 한계치에 도달하게되면 몸을 옆으로 돌아눕거나 뒤척이는 동작만으로도 화상을 예방할 수 있다. 돌아누운 자세에서 또 피부온도가 상승하면 우리의 몸은 적절한 시기에 다시 몸부림을 치는 것으로 간단하게 문제점을 해결한다. 하지만 몸을 가누기도 힘들정도의 만취상태에서 잠이들게되면 피부에서 전해오는 경고들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피부의 화상을 넘어서 근육이나 힘줄 및 인대까지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그림 2).

시골에 있는 대부분의 병원이 그러하듯이,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의 대부분은 65세 이상의 고령환자분들이다. 일반적으로 인체는 20 ~ 30대에 절정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다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외형적인 노화뿐만 아니라 내적인 변화도 당연하게 겪게 된다. 이른바 퇴행성 변화(degenerative body change)를 보이게되는데 심장기능의 약화, 근육의 노화, 추간원판(intervertebral disc; 디스크)위축에 따른 협착증, 관절의 퇴행성 변화 등이 모두 이러한 퇴행성 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고령환자들이 흔히 겪게되는 질환중 무릎관절(슬관절) 퇴행성 관절염(degenerative arthritis of the knee)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보편적으로 무릎관절의 퇴행성 변화(degenerative change)는 허벅지 근육들의 약화에서 비롯된다. 허벅지 근육들이 약해지게되면 무릎관절의 틈사이에 있는 연골(cartilage or meniscus)들이 점차적으로 닳아 없어지게되어, 결국에는 허벅지뼈(femur)와 종아리뼈(tibia)가 무릎관절 속에서 맞부딪치게 된다. 부서진 연골조각이나 뼈부스러기들이 관절을 감싸고 있는 막에 들러붙게 되면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때 자지러질 듯한 통증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민해진 관절낭의 막은 관절내에 부족한 활액(joint fluid)을 정상적으로 분비하고, 탁해진 활액들을 흡수하는 기능을 방해하여 관절에 염증성 질환들을 유발하게 된다. 관절의 염증은 관절을 붓게 만들며, 만성적인 관절염은 뼈의 약화와 함께 기형적인 변형을 초래하며, 참을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게 만든다

[그림 3]퇴행성 관절염
만약 인체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뜨거운 냄비를 맨손으로 잡아도 뜨거운 줄모르고, 날카로운 칼에 손을 베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 관절염이 심해져서 관절이 아우성을 치는데도 느낄 수 없다면? 거듭 말하지만 통증은 우리가 일생동안 부여받은 신체를 온전히 사용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소중한 감각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또는 장난감과는 달리 인체는 여분의 부속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이식수술이나 인공관절 수술 등과 같은 수술들로인하여 인간의 삶의 질적 향상과 기대수명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본래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온전한 몸으로 일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바램은 누구에게나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통증을 느낄 수 있기에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며, 불편한 부위에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체가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해당부위에 적절한 치료를 해달라는 인체의 요구이기도 하다.

특정부위에서 통증을 호소하면 지체없이 병원을 방문하여 통증에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몸이 온전히 몸을 유지하기 위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 .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학박사. 백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