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절실한 이웃, 아직도..."
"연탄 한 장 절실한 이웃, 아직도..."
  • 김종술 기자
  • 승인 2011.12.27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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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브레인(주)한사랑 동호회, 27일 연탄나눔행사 펼쳐
연탄을 들고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로 통로가 좁아서 한사랑 동호회 회원들이 양옆으로 나란히 서서 연탄을 옮기고 있다.

공주시 검상동 농공단지 내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어를 생산하는 솔브레인(주) '한사랑 동호회'는 27일 오후 1시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농아인 가정에 추운 겨울 따뜻함을 나누기 위한 사랑의 연탄 배달 나눔 행사를 펼쳐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이 동호회는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 차원에서 모금활동과 헌 옷을 기부 받아 복지시설에 성금과 옷가지를 기부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 연탄 1,000장을 ‘사랑의 연탄 은행’을 통해 직접 배달에 동참, 이웃사랑에 마음을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영석 과장은 “해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하나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데, 사내 40여 명이 모여서 한사랑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연탄 은행을 통해 직접 배달봉사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몇 년에 걸쳐 하고 있다”라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첫 번째 배달지인 공주시 이인면 만수리 최점순 할머니는 “2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서 살고 있는데 요즘은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서 거동도 못하고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어 늘 추위에 떨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분들이 생각지도 못한 연탄을 가져다주시니 그 고마움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윤영(30) 씨는 “해마다 회사에서 연말이면 이웃돕기를 한다고 성금을 모금해서 조금씩 돈으로만 기부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참가했다"면서 "날씨도 춥고 연탄 몇 장으로 생색내기로 비춰질까 봐 참여를 미뤘는데 막상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방문해 텅 빈 연탄 창고를 보니 마음이 시리고 울컥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연탄 배달에 참여했다는 김윤영 씨가 환하게 웃으며 “내가 가진 작은 것으로도 남에게는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라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두 번째로 찾은 이인면 농아인 가정에 수화(몸짓, 특히 손과 팔을 움직여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 봉사를 왔던 농아인협회 담당자는 서영석 과장에게 “농아 인들에게 연탄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회사에 취업을 시켜 달라. 농아 인들에게 직장을 구해주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취업을 부탁하기도 했다.

최범수 연탄 은행 운영본부장은 “시민에게 성금을 기탁받기도 하지만 요즘은 성금과 함께 직접 배달봉사까지 참여를 해주고 있어 마음이 훈훈하다”라며 “1년에 평균 10만 장 정도를 어려운 가정에 나누고 있는데 요즘은 기부문화 붐 조성을 위해 인근 지역인 연기군까지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이어 “가끔 명절에도 연탄이 떨어져서 추위에 떨고 있다는 전화를 받을 때면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는다”면서 “그래도 가끔 연탄을 사용하던 분들이 기름보일러로 바꾸었다며 남은 연탄을 다른 분들에게 배달을 요청 할 때도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국이지만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계셔서 살만한 세상”이라고 설명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인 요즘 현실에 보일러는 고사하고 연탄마저 없어 두꺼운 솜이불 뒤집어쓴 채 긴긴 겨울밤을 오들오들 떨며 지새는 우리의 이웃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수혜자인 최점순 할머니가 “쌀쌀한 날씨에 젊은 사람들이 연탄을 배달해주고 말동무까지 해준 게 고맙다”며 젊은이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로 답례해 줬다.
재고 쌀이 남아돌아 처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쪽에서는 끼니가 없어 밥을 굶는 결식아동들이 있고, 살을 에는 한겨울 추위에도 방안에서는 반소매 차림의 후끈거리는 난방 속 유한계층의 한 언저리에는 연탄 한 장이 없어 월동이 너무도 힘든 이웃이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제 겨울 추위가 피부로 느껴지면서 벌써 내년 봄을 그리는 이들 우리 이웃은 올 겨울나기가 또 한걱정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힘겨운 겨우살이련만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힘들어진다. ‘올해 겨울도 무사히’를 바랄뿐이다.

농아인 가정에 연탄을 배달하면서 들고 나를 수가 없을 정도로 좁아서 도롯가에 차량을 세워두고 담장을 넘겨 연탄을 주고받으면서도 한 장도 깨트리지 않고 배달을 완료했다.

 

창고에 쌓인 연탄이 올겨울 한파에도 마음마저 녹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