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도로선진당'
안철수와 '도로선진당'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1.10.24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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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유재근
유 재 근

내년 총선과 대선을 눈앞에 두고 정치적인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활 타오르고 있는 이 시점이지만 그 어떤 언론에서도 선진당의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

물론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통합선진당이라는 미명 하에 기존의 자유선진당, 국민중심연합, 그리고 무소속 이인제 의원의 손을 맞잡았다. 아주 진통 끝에 겨우 합의가 끝났다. 그래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아니다, 차라리 어쩌면 ‘No news is good news’인지도 모르겠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18석을 차지하며 제 3당으로 자리매김했던 선진당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의 소리 없는 전쟁 속에 국무총리 인준 문제를 놓고 스스로 분열했고, 이후 선거마다 참패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개혁은 새로운 인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자유선진당은 예전의 선수들을 불러 모으는 도로선진당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총재가 물러나고 이인제 의원이 들어왔다. 정치판이 제 아무리 ‘내 편 없고 네 편 없다’는 뻔뻔한 무대라지만 철천지원수가 국회 교섭단체의 꿈을 위해(아직도 머릿수가 부족하다만) 손에 손잡는 88올림픽 정신은 진심으로 허탈하다.

충청도 외에 그 어느 곳에서도 당선자가 없는 자유선진당은 스스로 전국정당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그들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여준 것이라곤 독자출마를 결심한 지상욱 후보를 무대에서 내리며 끝내 자진사퇴에 이르게 한 것과 야 4당의 단일후보로 출마한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에게 ‘야권단일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몽니를 부리는 일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이 ‘오세훈 아바타’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경원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고,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손학규 대표의 사퇴 논란까지 불러왔던 것과 비교하면 남의 나라 불구경이 따로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세훈-한명숙이 0.6%의 근소한 득표율 차로 승패가 갈리고 이번 재보선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 박빙의 상황이 연출되면서, 지난 선거에서 2.06%의 득표율을 얻었던 지상욱이 충분히 캐스팅보트를 가질 수 있으리란 전망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나경원-지상욱의 서울 중구 밀약설’, ‘나경원-이회창의 극비회동 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끝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며 그런 계획도, 전국정당이란 선진당의 선언과 함께 침몰해 버렸다.

공주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세종시 수정안 통과로 행정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요즘, 공주시가 세종시와 상생의 길을 찾아갈 수도, 세종시의 소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지역 의원들은 공주시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싸우지 않고 있다.

대신 그들의 머릿속은 다음 선거에 공주에서 시민들과 계속 뛰는 게 나은지, 세종시 출마로 특별자치시의 일원으로 도약하는 게 나은지 주판알을 굴리는 일로 가득 차 있다.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은(대부분은 아니지만) 국민중심연합으로 탈당해 나갔을 때 비난했던 심대평 의원이 다시 대표로 돌아온 현실에서 이제 그에게 어떻게 다시 줄을 댈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지금 공주시의 앞날이 아닌 본인들의 앞날에 더 열을 내고 있다.

안철수 바람이 보여준 국민들의 힘을 자유선진당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안풍(安風)의 의미는 국민들이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선진당이든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이기심을 보이는 당과 그 당이 내세운 후보가 아니라 정당에 찌들지 않은, 세력에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사람을 우리들의 새로운 지도자로 맞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도로선진당이 보여주고 있는 지금의 행태로는 18대의 18석으로 도로 돌아가긴 도저히 불가능하다.

자유선진당이 지역에 도움을 떠나 누를 끼치지 않길 원한다면 이합집산의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