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불구경은 안됩니다
강 건너 불구경은 안됩니다
  • 李達雨/공주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07.11.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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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의 일이다. 학교 인근의 단골로 다니는 분식집에 갔었다. 분식집 사장님이 궁금하다며 나에게 물었다. 본부는 옮기지 않는다는 말이 돌던데, 사실이냐고.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야말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워낙 친밀하게 지내던 터라 그 분한테 바로 서운한 말을 마구 들이댔었다.

  사장님! 왜 이러십니까? 만약 사장님 댁의 이웃집에 불이 났다고 칩시다. 그 불길이 내 집까지 안 온다고 그냥 서서 구경만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본부만 옮기지 않으면 교명이야 무엇으로 하든 우리 생업에 큰 지장은 없을 터이니 별 걱정이 안된다는 말씀 아닙니까? 물론 그런 점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사장님 조금만 더 생각해 봅시다. 지금까지 사장님은 알게 모르게 그 이웃의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급전을 빌릴 때도 있었고, 아이들을 맡길 때도 있었고,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기도 하였고 등등 어디 한 두 가지 뿐이겠습니까? 이웃인 만큼 서로 이심전심으로 의지하고 기대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그 이웃집이 불타고 있습니다. 사장님! 설마 그 불길이 내 집에 옮겨 붙지 않는다고 구경만 하시겠습니까? 절대 그럴 분이 아닌 것을 압니다. 어느 누구도 사람이라면 인두겁을 썼다면 최소한 체면치레를 봐서라도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지금 공주대학교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분식집 사장님은 그저 단순하게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해서 물었던 것인데, 워낙 내가 거칠게 화를 내자 미안하다고 하면서 내 말에 적극 동의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이것보다 더 격한 말도 했었지만, 그 말만은 옮기지 않겠다. 어쨌든 그 분식집 사장님은 바로 나에게 사과하고 나와 뜻을 같이 해 주었다. 그것은 아마 내 언행이 거칠어서 그랬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치가 그러하기 때문에 서로 동감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구경 중에는 불구경이 제일이라는 속언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작금의 공주대학교 교명과 관련한 어처구니 없는 사태의 진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주시민들이 혹시 ‘강 건너 불구경’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염려하고 있다. 바로 내 일이나 내 이웃의 일처럼 생각하고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확신한다. 공주대학교가 교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주시민들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 학내 구성원들만 가지고는 총장 선거 등 여러 가지 정황상 지켜내기 어렵다고 본다.

  공주대학교는 공주의 복심(腹心)이다. 공주시민들의 자긍심이 살아 숨쉬는 문전옥답이다. 공주대학교가 없는 공주는 생각하기 어렵다. 배가 뒤틀리고 심장이 찢어지고서도 살 사람이 있겠는가? 문전옥답이 황무지로 변하고 난 뒤에는 윤택한 생활을 그만두고 기본적인 생계유지도 어렵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공주대학교를 지켜달라고 공주시민들께 간절히 바라고 또 읍소하는 이유이다. 동시에 공주시민들이 공주시의 생명과 자긍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공주대학교를 지켜내기 위해서 내세워야 할 이유이자 명분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이유나 명분도 이것을 이길 것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공주대학교를 지켜내기 위해 공주시민들이 해야 할 방법도 한 가지면 된다. 다른 어떤 방법도 이것을 능가할 것은 없다고 본다. 오로지 공주대학교를 죽이려면 먼저 우리 공주시민들의 눈과 귀를 다 가리고, 공주시민들의 생각을 다 틀어막은 다음에 하라고 주장하면 그 뿐이다. 이러한 명분과 방법론을 과연 어느 누가 함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말을 하면, 공주시민을 선동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이것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고 또 필요하면 할 생각이다. 무슨 일이든 할 생각이다.

  왜냐?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지금 공주대학교의 교명변경을 획책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유치하고 어리석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물어봐도 나는 말할 수 있다. 지금 저들이 하는 짓거리가 잘못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너무나도 쉽고 자명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제한된 지면 때문에 다 말할 수 없을 뿐이다.

  수 없이 뒤엉키는 만단소회(萬端所懷)를 다하지 못한다. 그래서 답답하다. 그러나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공주시민들께 약속 드리고, 아울러 시민 여러분의 변함 없는 그리고 절실한 “공주대학교 사랑”을 애오라지 기다리고 기다릴 뿐이다.